[사설]공기업의 私益챙기기

  • 입력 1999년 9월 28일 18시 49분


대한주택공사가 조직적으로 직원들에게 아파트를 특혜분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일부 직원의 내부정보를 악용한 땅투기 사례도 드러났다. 두 공사는 주공법과 토공법에 따라 각각 8조원과 5조원의 자본금을 정부가 전액 출자한 공기업이다. 정부 출자는 곧 국민 출자이고 공기업은 정부의 일부다. 그래서 이들 공사 직원은 법률상 벌칙을 적용받을 때 공무원으로 간주된다.

야당의원들이 수집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주공은 8월10∼17일 직원 75명에게 서울 휘경동과 신림동의 미분양 주공아파트중 160가구를 파격적 우대조건으로 분양했다. 주공은 이들 직원이 이른바 로열동 로열층의 상당부분을 선점한 뒤에야 같은 조건의 분양계획을 공표했다. 주공은 직원들이 무더기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해주었고 어떤 직원은 무려 7채나 계약했다.

이에 대해 주공측은 미분양 아파트 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계약금을 분양가의 10%만 내도 되고 중도금은 아예 내지않아도 되는 특혜조건을 직원들에게 먼저 적용한 것은 미분양 해소라는 경영상 자구책의 범위를 넘어선 탈선이다. 일반 잠재수요자들의 몫을 상당부분 빼돌린 반(反)공익적 행위다. ‘주택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국민생활 안정과 공공복리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주공의 설립목적이 무색하다.

주공이 직원들에게 특혜분양을 하기 위해 파격적 분양조건을 마련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설혹 그런 건 아니라 하더라도 주공이 특별분양 조건을 일반에 공표하기 전에 직원들에게 먼저 적용한 것은 조직적 불법의 혐의가 있다. 주공법과 토공법은 ‘임직원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해서는 안된다’며 이를 어긴 임직원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편 토공 직원 14명은 토공이 조성중이거나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돼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땅 23억원어치를 부당하게 매입했으며 일부는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토공은 이들중 1명만 중징계하고 나머지는 견책 등 경징계하는 데 그쳤다.

공기업과 그 직원들이 사익(私益)부터 챙기는 행위는 정부 등 공공부문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는 또 모든 부문의 개혁 허무주의를 확산시킨다. 정부는 이같은 폐해를 낳는 공기업 비리와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근본적으론 정치권과 정부 핵심층부터 자정(自淨)에 모범을 보여야 ‘누가 누구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느냐’는 사회 전반의 냉소주의와 도덕불감증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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