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겉치레 국감 안된다

  • 입력 1999년 9월 27일 18시 44분


국회 국정감사가 내일부터 20일 동안 진행된다. 16개 상임위 별로 총 352개에 달하는 많은 기관을 감사하게 된다. 휴일을 빼고 나면 보름 남짓한 기간뿐이니 한 상임위가 하루 평균 두 개 기관은 해야 하는 셈이다. 그만큼 치밀한 준비속에, 부질없는 정치공방을 삼가고 정책을 따지며 대안(代案)을 제시하는 실속있는 감사여야만 한다는 얘기다.

예년의 경우 국감이 부실화되고 국민이 고개를 돌리게 하는 몇가지 요인이 있었다. 그 첫째는 정치공방이다. 여야간의 빤한 정쟁거리를 행정부 공무원들을 모아 놓고 자료를 쌓아놓은 가운데 의원들끼리 드잡이질하는 것이다. 여당은 뭔가를 방어하고 비호하는가 하면 야당은 폭로 트집거리를 붙잡고 시간을 끈다. 말하자면 ‘정치감사’의 고함속에 밀도있고 깊이있는 ‘각론(各論)감사’는 묻혀 버리는 것이다.

둘째가 중복질문 ‘재탕삼탕’ 질의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꼭같은 이슈를 반복해서 묻고, 다른 의원들이 묻고 답변을 들은 내용까지 되묻는다. 위원회마다 편의상 ‘일괄질의 일괄답변’을 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의원질의가 시작되면 ‘속기록 남기기 경쟁’이라도 하듯 밤늦게까지 질의를 계속한다. 그러다 정작 피감(被監)기관측의 답변이 시작되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서면 답변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국감이 겉치레로 흐른다는 비난을 듣는 큰 원인이 여기있다.

셋째는 의원들의 국정감사 준비부족이 꼽힌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채 오해를 바탕으로 묻는 경우, 믿을 수 없는 정보 소스를 인용한 터무니없는 폭로로 망신을 사는 경우, 피감기관을 압박하기에 급급해서 우격다짐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세갈래 유형의 악례(惡例)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특히 총선 등을 의식한 정치공방에 급급해 알맹이 없는 국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물론 피감기관측의 무성의한 답변이나 국감당일 ‘하루만 견디자’는 식의 자세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시민단체에서도 무려 166항목에 달하는 점검 항목을 만들어 의원들의 국감 활동을 지켜보면서 그것을 토대로 점수를 매기고 그 성적표를 발표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는 시점이다.

나아가 국정감사를 한 해 20일이라는 시한부를 정해 놓고 주마간산(走馬看山)식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상임위별로 필요에 따라 연중 수시 감사를 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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