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수형/'보통'보다 못한 특별검사

  • 입력 1999년 9월 22일 17시 43분


특별검사제법이 20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조만간 사상 처음으로 특별검사가 탄생하게 됐다. 그러나 이 법에는 특별검사의 활동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이 곳곳에 널려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점은 수사대상의 제한. 이 법은 ‘한국 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유도 및 전검찰총장부인에 대한 옷로비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이라는 긴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수사대상을 파업유도와 옷로비 사건에 ‘구체적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사직동팀 등의 사건은폐 의혹 등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건드릴 수 없도록 돼 있다.

이것은 가능성의 봉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별검사가 임명됐던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 수사도 단순 도청사건에서 시작해 권력핵심의 은폐기도로 확대했다.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 외화밀반출사건도 계열사 사장의 단순한 협박사건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특별검사가 직무범위를 ‘일탈해’ 수사할 경우 수사대상자가 법원에 이의신청을 내 인정되면 특별검사는 항고도 못하고 수사를 중단토록 한 것도 특별검사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특별검사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조항도 많다. 특별검사는 함께 일할 특별검사보도 직접 선택할 수 없으며 2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 그중 1명을 임명받아야 한다. 수사기간 연장도 ‘대통령에게 사유를 보고하고 승인을 얻어야’ 한다.

특검제법은 또 수사내용이나 진행상황을 공표하지 못하도록 했다. 특별검사가 수사상황을 언론이나 국민에게 설명하고 이해를구할 기회가봉쇄된 것이다.

특별검사를 추천하게 될 변협 간부들조차도 “특별검사가 보통검사만도 못하다”며 불만이다.

이수형<사회부>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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