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버스 막차 기다리다 목빠져요』

  • 입력 1999년 8월 31일 18시 59분


“막차가 지나갔는지 여부를 알길이 없어요. 무작정 기다리다 정 안온다 싶으면 포기하고 택시를 타지요.”

지난달 30일 오후 11시50분경 서울 종로구 종로1가 버스정류장. 20여명의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느라 ‘자라목’을 하고 있었다. 자정이 넘자 한두명씩 택시를 잡았다.

“진작 택시를 탔으면 심야 할증요금은 안내도 되는 건데….”

서울 등 수도권 도시의 정류장에선 매일 이런 장면이 되풀이된다.

시민들은 “지하철역과 달리 버스정류장엔 막차시간 안내가 없어 불편하다”며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노선별 첫차 막차시간을 알려주면 이용자들이 버스를 기다려야 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이나 이른 새벽에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겪는 불편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앞 유리창에 있는 노선번호표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불편사항.

게다가 심야엔 탈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보이면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버스가 많아 시력이 아주 좋은 사람을 제외하곤 손 흔들 시간을 놓쳐 버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회사원 김희연씨(29·서울 노원구 하계1동)는 “시력이 0.8인데 밤엔 버스가 정류장 가까이 와야 식별이 가능하다”며 “번호표를 식별하고 손을 흔들 땐 이미 버스가 통과한 뒤”라고 말했다. 밤에 번호판 식별이 어려운 것은 번호판 뒤에 설치된 형광등의 전원이 끊어졌거나 조도가 약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

서울 S운수 정비공 김모씨는 “번호판에 달려 있는 형광등은 차가 덜컹거릴 때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사들로선 이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불이 들어오지 않는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버스 번호판의 형광등 조도를 밝게 유지하고 먼지나 얼룩을 제거해 선명히 보일 수 있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 하반기중 모든 버스정류장에 노선별 경유지안내판을 설치해 노선별 첫차 막차시간도 표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으며 버스회사에 대해서도 막차시간을 정확히 지키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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