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11시50분경 서울 종로구 종로1가 버스정류장. 20여명의 시민이 버스를 기다리느라 ‘자라목’을 하고 있었다. 자정이 넘자 한두명씩 택시를 잡았다.
“진작 택시를 탔으면 심야 할증요금은 안내도 되는 건데….”
서울 등 수도권 도시의 정류장에선 매일 이런 장면이 되풀이된다.
시민들은 “지하철역과 달리 버스정류장엔 막차시간 안내가 없어 불편하다”며 “버스정류장 안내판에 노선별 첫차 막차시간을 알려주면 이용자들이 버스를 기다려야 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밤이나 이른 새벽에 시내버스를 이용할 때 겪는 불편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앞 유리창에 있는 노선번호표를 식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불편사항.
게다가 심야엔 탈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보이면 정차하지 않고 통과하는 버스가 많아 시력이 아주 좋은 사람을 제외하곤 손 흔들 시간을 놓쳐 버스를 놓치기 십상이다.
회사원 김희연씨(29·서울 노원구 하계1동)는 “시력이 0.8인데 밤엔 버스가 정류장 가까이 와야 식별이 가능하다”며 “번호표를 식별하고 손을 흔들 땐 이미 버스가 통과한 뒤”라고 말했다. 밤에 번호판 식별이 어려운 것은 번호판 뒤에 설치된 형광등의 전원이 끊어졌거나 조도가 약해진 경우가 많기 때문.
서울 S운수 정비공 김모씨는 “번호판에 달려 있는 형광등은 차가 덜컹거릴 때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운전사들로선 이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불이 들어오지 않는 번호판을 달고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버스 번호판의 형광등 조도를 밝게 유지하고 먼지나 얼룩을 제거해 선명히 보일 수 있게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올 하반기중 모든 버스정류장에 노선별 경유지안내판을 설치해 노선별 첫차 막차시간도 표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으며 버스회사에 대해서도 막차시간을 정확히 지키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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