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주한미군 문제를 타국과 논의?

  • 입력 1999년 8월 27일 18시 29분


중국을 방문중인 조성태(趙成台)국방장관이 주한미군의 장래를 주변국들과 논의해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장관은 25일 오전 중국의 고급 엘리트장교 교육기관인 국방대학에서 연설한 뒤 한 중국군 대교(대령)의 질문에 그같이 답변했다. 이 중국군 대교는 “북한에는 외국군이 없는데 한국에는 미군이 있다”면서 “통일이후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질문자는 남북한의 안보정책을 동등한 기준 위에 놓고 비교하면서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꼬집은 느낌이다.

조장관은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전쟁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주둔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조장관은 장차 평화공존이 이루어진다면 동북아국가들이 모여 주한미군의 주둔문제를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는 통일 후 주한미군 문제를 한미 양국이 한반도 평화정착 여부를 평가한 후 협의해 결정한다는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르다. 각료가 외국에 나가 정부 정책과 다른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안보를 담당하고 있는 국방장관으로서는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게 된 이유는 북한이 6·25남침전쟁을 일으켰기 때문이 아닌가. 그리고 거기에 중국군도 북한을 거들어 참전했다. 북한과 중국측은 이 역사적 사실을 바탕에 깔고 주한미군 문제를 말해야 한다. 더구나 아직도 북한이 위협적인 태도를 버리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은 중요하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안보를 위해 와 있다. 처음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로 파견된 유엔군이었지만 53년 10월 한미상호방위조약체결과 78년 11월 한미연합사 설치각서 교환으로 우리의 동맹군 성격이 더 강하게 됐다. 그래서 주한미군은 한미 양국간 문제라는데 다른 논리가 존재할 수 없다. 조장관이 왜 이것을 주변국과 논의할 사안이라고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우리는 지금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3분의 1이나 내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미군주둔 필요성에 대한 우리 국민과 정부의 입장은 분명히 드러난다.

우리가 중국 등 주변국들과 안보문제에 긴밀한 협조관계를 가지는 것은 다자(多者)외교의 발전으로 환영할 일이다. 그렇다 해도 주한미군과 같은 전형적 양국문제를 다자외교 무대로 가져갈 수는 없다. 더구나 주한미군문제는 우리의 주변국들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정부당국자라도 경솔하게 얘기할게 아니다. 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충분히 해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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