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과 건강]名藥도 남용땐 독약으로 의사처방 받아야

  • 입력 1999년 8월 24일 19시 32분


최근 심장발작을 일으켜 숨진 여대생 김모씨(21). 이뇨제를 과다복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김씨의 경우 이뇨제가 영양실조와 전해질 분균형을 불렀다. 이뇨제가 설마 ‘독약(毒藥)’이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중년 중엔 건강을 지나치게 챙겨 온갖 약을 먹다가 되레 몸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현재 병실에서 사투 중인 주부 박모씨(55)는 평소 건강보조제나 한약 비타민제 등을 마구 먹어 신장 간장에 ‘독성(毒性)’이 쌓인 경우.

우리나라 사람은 약에 대해 뚜렷한 개념이 없다. 농약 구두약 좀약 화약 등 고유한 작용만 있으면 다 약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것들을 약이라고 부를 순 없다.

영어로‘약(Drug)’

은 원래 풀을 뜻하는 말이었고 한자 ‘약(藥)’은 ‘풀로 즐거움을 얻는다’는 의미. 옛날엔 식물의 줄기나 뿌리 등을 주로 약으로 썼기 때문이다. 요즘엔 넓게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목적으로 쓰는 물질’을 뜻한다.

약은 아무리 ‘명약’일지라도 몸에서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며 병으로 바뀐 몸의 기능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역할만 한다. 이때 적당량을 사용하면 명약이 될 수 있지만 사용량에 따라 ‘독약’이 될 수 있다. 약과 독은 전혀 다른 물질이 아니다.

약리학의 시조인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약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약물은 곧 독물이다”고 말했다. 의사의 처방 없이 무분별하게 약을 사먹는 사람은 곧 독약을 먹고 있는 셈이다.

강주섭(한양대의대 약리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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