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영찬/대외원조 '쥐꼬리 지원금'

  • 입력 1999년 8월 23일 19시 40분


터키 대지진에 대한 정부의 긴급 지원을 놓고 뒷말이 많다.

내놓는 손이 민망한 7만달러(약 8500만원) 원조에 119구조대마저 늑장출동, 국제적 망신을 사고 있다. “산 사람 구조가 아니라 시신발굴을 위해 왔다”거나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겠다”는 현지 교민들의 목소리도 들린다.

터키 참사에 대한 ‘쥐꼬리 지원’이나 구조대의 늑장파견에 정부 책임이 없지 않다. 외교통상부는 지진발생 하루 뒤인 18일 긴급구호자금 7만달러 지원방침을 밝혔다가 “너무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부랴부랴 행정자치부와 상의, 20일에야 구조대원 17명을 급파했다. 하지만 구조대가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재난발생 사흘 뒤. 이미 많은 매몰자들이 숨을 거둔 뒤였다.

이같은 정부의 ‘늑장대응’ 배경엔 ‘돈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정부의 올해 대외 무상원조액은 2800만달러. 이 중 대부분은 대통령의 정상외교 지원에 투입되고 해외긴급구조자금은 고작 200만달러다. 그나마 대부분의 자금이 고갈돼 올해초 코소보 난민지원 때는 외교부 예산의 환차익으로 70만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국제개발원조(ODA)자금으로 무상 45억달러, 유상 158억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올 한해 우리나라가 책정한 ODA자금은 국민총생산(GNP)의 0.04%인 1억8000만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치의 5분의1 수준이다.

올 10월로 예정된 코소보 원조공여국회의에서 대만은 3억달러, 일본은 2억달러 지원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우리는 고작 100만달러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터키에 대한 빈약한 지원을 놓고 외교부만 탓할 수 있을까.

윤영찬<정치부>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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