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관객 눈길잡는 시각적작품 主流

  • 입력 1999년 8월 19일 19시 11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베니스)에서 11월7일까지 계속될 제48회 베니스 비엔날레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견해는 비디오 아트가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사실이 이번 비엔날레의 가장 중요한 점이다. 이제 우리 앞에는 대규모의 국제적 전시회라는, 서커스처럼 떠들썩한 환경에 잘 맞도록 준비된 새로운 종류의 예술이 등장했다. 비디오는 그 새로운 예술의 일부일 뿐이다.

예술에는 그 시대의 정신이 포함되어 있기 마련이다. 이 떠들썩한 잔치의 본질을 터득한 예술가들은 수백 점의 전혀 다른 작품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각 작품에 아주 잠깐씩밖에 시선을 두지 않는 성급한 관람객들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전략을 택했다. 그 결과 관람객들이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시각적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어쩌면 90년대는 현대 미술의 특징이었던, 무슨 무슨 운동들을 거부한 시대로 정의될 수도 있을 것이다.

요즘의 젊은 미술가들은 과거의 미술 사조, 운동들을 주도했던 혁명적인 야망들에 대해 조금은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요즘 작품들, 그리고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변덕스럽고 관람객이 이해하기 쉬우며 은연중에 관람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사라 제, 질르 바르비에 같은 작가들은 이번 비엔날레에 우스꽝스럽고 기묘한 장치처럼 생긴 조형물을 출품했고 영국 출신으로 현재 토론토에 살고 있는 맥스 딘은 로봇을 출품했다. 딘의 로봇은 관람객이 어떤 단추를 누르는가에 따라 딘이 모아놓은 가족 사진을 소중히 보관하거나 찢어버린다. 또 체코 관에서는 관람객들에게 문신을 해주고 있고, 스페인 관에서는 관람객들이 거대한 사진틀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벨기에 관에서는 짙은 하얀색 안개 속을 방황할 수 있다. 이런 작품들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관람객을 즐겁게 하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전시회 전반을 지배하는 이론이나 이데올로기 같은 것이 없다. 심지어 그런 이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의미에서 이런 특징은 긍정적인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90년대 말의 예술은 과거보다 더 다양하고, 더 광범위하고, 덜 독단적인 것이다. 이제 정치적 주장들은 좀 더 미묘한 형태로 표현된다. 이번 비엔날레에 참가한 중국 작가들 중에서 첸 젠은 낡은 탁자와 의자를 이용해 드럼을 만들어 놓았다. 관람객들은 드럼을 두드리면서 작가의 의도대로 정치의 잔인함에 대해 생각할 수도 있고, 그냥 단순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다.

이번 비엔날레에 출품된 작품들은 축제의 장을 떠나면 시장성이 없는 작품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진정한 가치는 누군가의 수집품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순간이나마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아둘 수 있는 능력에 있다.

(http://www.nytimes.com/yr/mo/day/artleisure/venice―biennale.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