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명석/부패척결 난제 이렇게 풀자

  • 입력 1999년 8월 17일 19시 19분


역대 정권은 경쟁이나 하듯 개혁을 강조하면서 부패척결을 외쳤다. 김영삼 정권 때는 부정축재를 한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차례로 투옥돼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김 전대통령은 이같이 강력한 사정을 하면서 “한푼도 안받겠다”고 선언하고 칼국수를 먹었지만 측근들은 청와대에서 돈을 챙겼다. 그 중에는 대통령의 아들도 포함돼 있었다.

현정부에 들어와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8월2일자 타임지는 ‘깨끗한 대통령의 더러운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를 다루었다. 여기에서 타임지는 국민의 정부가 온갖 부패로 얼룩졌던 과거 정권을 거울삼아 보다 투명한 사회을 건설하겠다는 기치를 내걸었음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장관 부인 옷로비파문, 고관 집 도둑사건, ‘씨랜드’ 불법건축에 얽힌 뇌물, 임창열 경기도지사 부부의 수뢰사건 등으로 현정부의 도덕성이 심각한 치명타를 입었다고 타임지는 보도했다.

최근 북악 로타리 클럽에서는 감사원과 회계법인 및 기업체에서 전문 감사인으로 경험이 풍부한 정재철(鄭載哲)씨를 초청해 토론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활발한 토론이 벌어졌고 다채로운 제안이 나왔다.

우선 뇌물을 받은 공직자를 신고한 사람에게는 뇌물액의 10배의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가령 100만원의 뇌물을 받은 공직자를 신고하면 1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주고 뇌물을 준 사람에게는 1200만원의 벌금을 매긴다. 국가는 몰수된 뇌물 100만원과 벌금 1200만원을 합한 1300만원 수입금에서 1000만원은 보상금을 지급하고 300만원은 행정 비용에 충당한다. 이런데 국민의 세금을 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강압에 못이겨 뇌물을 준 사람이 스스로 신고하면 뇌물공여죄를 용서해주는 방안도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경우 국회의원 활동비에 관한 제도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국회에 교섭단체로 등록된 정당의 운영비는 국가예산에 계상하고 예산집행 결과를 공개해 투명한 정당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보스정치의 폐단도 치유될 것이다.

검찰조차도 형평성보다 정치적 판단이 앞서 지금까지 수십억원의 금품수수도 ‘대가성없는 정치자금’ 혹은 ‘떡값’으로 처리해 면죄부를 주었다. 대가성 없는 돈은 있을 수 없으므로 ‘대가성’ 여부에 관계없이 돈을 받은 자체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기업 부패의 근원인 비자금은 근절돼야 하고 기업의 투명성도 제고돼야 한다. 만약 기업체가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분식결산을 해 주주나 채권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기업체에 대해 민형사 책임을 지워야 한다.

지금까지 제안한 세 분야의 ‘부패 처방’이 시행된다면 부패척결의 큰 줄기는 잡히리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당면 처방’이고 근본적인 ‘장기처방’으로 부끄러움을 아는 사회풍토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사람의 성격 형성은 청소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받으므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교에서 윤리예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비단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박명석(단국대 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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