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든 '토끼' 다 잡을 수 있나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5분


우리 경제현실과 장래에 대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체로 낙관적 인식을 나타냈다. 내각제 위약(違約)을 변명할 때는 ‘경제불안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면서도 그 앞뒤에선 ‘외환위기를 극복해냈고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회복을 이룩했다’고 말했다. 2002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2000달러와 완전고용을 실현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런 인식 위에서 김대통령은 중산층 및 서민 지원책을 폭넓게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상황 아래 특히 심하게 고통받아온 계층에 더 많이 분배하겠다는 뜻으로 일단 이해된다. 김대통령은 또 중산층중심 경제로의 전환을 강조하면서 사실상의 재벌해체를 선언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 경제는 김대통령의 목표와 약속이 쉽게 이루어질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국민소득 목표는 연 5∼6%의 실질성장, 상승률 2∼3%의 물가안정, 환율의 지속적 하향안정을 전제로 설정된 것 같다. 그러나 국내총생산(GDP)의 4∼5%에 이르는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가운데 정부는 재정팽창을 꾀하고 있다. 인플레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재정의 경기부양기능도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폭적 복지투자 확대까지 약속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을 겨냥해 ‘일단 풀고 보자’는 생각이라면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재정부담의 주체는 결국 대통령이나 정부여당의 몇사람이 아니라 다수 국민이다. ‘생산적복지’라고하지만그동안의 실업 및 복지대책에 비효율성이 두드러졌던 점에서 정부의 재정운용 능력에도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재벌정책에도 의문이 있다. 경제를 더 이상 재벌중심으로 지탱할 수 없음은 분명하지만 대안에 대한 비전이 뚜렷하지 않다. 벤처기업 지식산업 등을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 재벌을 대체하는 생산력과 고용창출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경제전반에 큰 부담을 안기는 재벌은 물론 수술해야 한다. 그러나 대중적 인기에 편승해 무한개입방식으로 무리하게 재벌문제를 다루면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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