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강원북부 수해복구]"좌절은 없다" 팔걷은 民官軍

입력 1999-08-04 19:41수정 2009-09-23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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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수재 현장에서는 4일 재기를 위한 복구의 삽질이 활발했다. 전국의 수해지역 주민들은 군장병과 공무원들의 지원을 받아 진흙과 오물 등으로 뒤범벅된 집과 생업의 현장을 복구하느라 하루 종일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해 애를 태웠다.

★연천 동두천

연천군 장남면 곳곳에는 4일 오전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자 주민들이 집안을 청소하고 가재도구와 이부자리 등을 빨아 말리느라 분주했다.

일부 주민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펌프를 돌리지 못해 수돗물을 쓰지 못하자 흙탕물이 가라앉기 시작한 임진강 물을 생활용수로 충당했다.

6000여 마리의 가축이 폐사한 초성3리에서는 주민과 군인들이 죽은 가축을 땅에 묻느라 크레인까지 동원해 밤늦게까지 작업을 계속했다.

2년 연속 수재를 당한 동두천시 보산동과 중앙동 주민들은 상수도가 끊긴 상황에서 진흙과 기름으로 뒤범벅된 집안을 청소하고 상가를 정리하기 위해 급수차에서 쉴새없이 물을 실어 날랐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고형구씨(60)는 “재단한 양복은 물론 원단까지 흙탕물이 배었지만 씻어낼 물을 실어나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골목이 좁아 급수차가 들어갈 수 없는 주택가 곳곳에서는 이재민들끼리 물을 확보하기 위해 다투는 경우도 많았다.

집안에 있는 양동이와 주전자는 물론 김치독까지 들고나와 물을 계속 받아가는 ‘얌체족’들 때문에 고함소리가 터져나오는가 하면 수재민 1명에 1ℓ씩 돌아가는 생수 배분 문제로 말씨름이 그치질 않았다.

★파주 문산

파주시민과 군인 공무원 등 6500여명도 이날 500여대의 각종 장비를 이용해 도로와 하천제방, 수리시설 등에 대한 복구작업을 벌였다. 시는 특히 아직도 차량통행이 불가능한 적성면 설마리 323번 지방도의 복구작업에 힘을 쏟았다.

문산읍에서는 물이 조금씩 빠지자 주민들이 집으로 돌아가 군인과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복구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험난한 복구과정과 생계에 대한 걱정으로 주민들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이날 오전 11시 문산읍 문산4리 한진아파트. 침수지역중 비교적 일찍 물이 빠져 집에 돌아간 주민들은 아파트 문을 여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 진흙더미가 방바닥과 가재도구들을 뒤덮고 있었다. 군장병들의 도움으로 복구에 나선 주민들은 침수된 가구와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꺼낸 뒤 방바닥의 진흙부터 쓸어냈다.

박창구씨(43)는 “96년에도 물난리를 당해 대부분의 가구들을 새로 구입했는데 3년만에 모두 못쓰게 됐다”며 “이번에도 열흘 이상 지나야 다시 도배를 하고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가지 곳곳에는 주민들이 꺼내 놓은 가구와 장판이 널려 있었다. 그러나 전기와 수도 공급이 안돼 일부 주민들은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의 빗물을 퍼내 집안청소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피해복구작업이 곳곳에서 혼선을 빚어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파주시청에 재해대책본부가 차려져 있지만 복구활동은 군 관 경이 사실상 따로 진행했기 때문.

군부대 트럭과 119차량은 화물칸이 빈 채로 나가 구호물자를 실은 시청차량이 따로 문산읍과 적성 파평면 등지로 향했다. 이때문에 각종 차량들의 왕래가 잦아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평소 20분 정도 걸리던 파주시청∼문산읍 구간이 2배 이상 걸렸다.

★강원 북부

주택 650채가 침수되고 1493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철원지역에서는 주민 공무원 군인 등 3000여명이 굴착기 등 중장비 250여대의 지원을 받아 복구작업을 벌였다.

특히 진입로가 끊겨 지난달 31일부터 고립됐던 서면 자등리의 경우 3일 밤 임시도로가 개설되고 쌀 라면 등 생필품과 의료진이 도착하면서 활기를 되찾아가고 있다.

민관군 복구반은 이날 오후까지 복구작업을 벌여 전기와 전화가 끊긴 5200여가구 중 3800여가구의 전기 및 전화를 개통시켰으나 갈말읍 신철원3리, 문혜5리 등은 피해가 커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또 화천지역에서도 군인 5300여명이 굴착기와 덤프트럭 등을 동원해 수해현장에서 복구작업을 벌였다.

★기타 지역

서울시는 이날 노원구 상계1동 노원마을과 강북구 미아1동 등 침수지역에 양수기 50여대를 투입해 배수작업을 끝냈다.

또 인천 부평구 삼산동 굴포천에서는 이날 오전 공무원 330명과 9공수여단 소속 장병 250명 등이 중장비를 동원해 유실된 제방 50m에 흙을 담은 마대를 쌓아 올렸다. 또 육군 제103보병여단 장병과 주민들은 주민 20명이 토사에 매몰됐다가 구출된 인천 남구 숭의4동 안성맨션 지하에서 토사를 파내는 작업을 벌였다.〈사회부·지방자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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