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독일 재통일]실업-박탈감등 후유증 심각

  • 입력 1999년 8월 4일 19시 41분


“전혀 통일 준비가 돼 있지 않아 처음에는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몰랐어요. 이제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예요.”(호프만 부인·서베를린 출신 역사교사)

“통일은 됐지만 통합은 아직 멀었습니다.”(브로흘로스박사·동베를린 출신 드레스덴대 강사)

장벽을 무너뜨렸다는 감격이 가시고 일상으로 돌아온 동서 베를린 주민들에게 ‘통일 독일’의 현실은 간단치가 않았다.

폴란드 국경지역 구벤 출신인 브로흘로스 박사는 고향마을의 실업문제를 들어 옛동독인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제기한다.

“8000명이 근무하던 화섬 공장이 통일 이후 직원이 600명으로 줄었어요.”

일자리를 잃은 동독 젊은이들은 서독으로 구직하러 오지만 그들을 반기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서쪽 역시 실업문제가 심각한 형편이다.

통독 직후 흥분한 나머지 빚을 내서 마구 물건을 들여놨던 동독인들은 빚을 갚느라 허리가 휘청인다.

동독인들의 박탈감은 구 동독 집권당인 독일사회주의통일당에 대한 지지도가 20% 이상으로 회복된 데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런 불만 기운을 틈타 신나치가 크고 있다는 우려도 들린다.

서베를린 주민들은 “동베를린 변두리는 스킨헤드족들 때문에 불안해서 가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다.

서독인들도 불만이 높아간다.

“경찰 사이렌 소리가 커졌어요.”(옛 베를린 시민)

그만큼 치안이 불안해졌다는 불평이다. 통일비용의 부담은 곳곳에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무료로 운영되던 박물관의 상당수가 유료화된 것도 재정악화 탓이라고 한다.

브로흘로스박사는 “진정한 통일은 아마도 한 세대쯤 지난 뒤에야 이뤄질 것같다”고 말했다.

〈베를린〓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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