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머리깎고 불교공부한 수원교구 방상복신부

  • 입력 1999년 8월 3일 19시 27분


“지하수를 파서 마시는 사람들의 언어나 피부색은 달라도 지하를 관통하는 거대한 지하수는 하나입니다.그 지하수를 불교라는 수도 파이프를 통해 마시거나 그리스도교라는 수도 파이프를 통해 마시는 것일 뿐 물(진리)은 하나지요.”

현직 사제가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를 공부하고 석사학위 논문을 펴내 화제다. 천주교 수원교구 대천동성당 주임 방상복신부(51·대건 안드레아). ‘그리스도교와 불교간의 대화와 화해, 일치를 위한 연구’란 논문으로 27일 석사학위를 받는다.

방신부는 97년 봄학기부터 동국대 불교대학원 불교학과에 등록, 2년반 만에 졸업하게 됐다. 그는 바쁜 성무활동에도 매주 이틀씩 꼬박 수업에 빠지지 않고 참석해왔다.

“아직은 심각한 종교 분쟁이 나타나지 않지만 법당방화 같은 사건이 언제든 나타나 종교갈등이 심각해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간의 화해와 대화를 통해 사전에 종교갈등을 막아보자는 생각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방신부는 논문에서 다석(多夕) 유영모(柳永模·1890∼1981)선생의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중심으로 불교와 기독교간의 대화와 화해를 연구했다. 다석은 함석헌 선생의 스승이자 ‘씨알 사상’의 창시자.

방신부는 해마다 석가탄신일에는 성당앞에 ‘봉축 부처님 오신날’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거는 등 종교간 화합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노인 복지에도 관심이 많은 방신부는 95년 경기대 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행정을 전공하기도 했다. 도척성당의 ‘작은 안나의 집’은 방신부가 10년전 자신의 사제관을 내놓아 만든 양로원. 현재 할머니 94명이 살고 있다. 방신부는 요즘도 매주 월요일이면 이곳을 찾아 할머니들을 위해 미사를 집전한다.

수염은 기르고, 머리는 깎은 방신부. 옷도 ‘로만 칼러’대신 소탈한 생활한복을 입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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