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정갑영/大宇 보도「풍요속의 빈곤」

입력 1999-08-01 19:21수정 2009-09-23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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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일간지에도 경제관련 기사가 부쩍 늘어났다. 경제신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문용어와 증권시장 정보도 모든 신문으로 일반화하는 추세다. 실제 독자들의 욕구도 식상한 정치면보다는 경제분석에 더 관심을 나타내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과 같이 증권시장이 출렁이고, 금융시장의 불안이 다 가시지 않은 시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난 주 동아일보에도 대우그룹의 부채처리에 관련된 경제기사가 홍수를 이루었다. 연일 정부의 대책과 시장상황, 해외 반응 등이 상세하게 다루어졌다. 그러나 독자의 관점에서 보면 한 마디로 ‘풍요속의 빈곤’이었던 것 같다. 정곡을 찌르는 분석과 평가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홍보자료같은 해설기사가 많았고, 핵심적인 대안도 지적하지 않으면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 된 것 같다. 26일자 종합면이나 관련사설(26,31일자)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사설을 읽는 독자는 일반기사에서 얻을 수 없었던 정책대안이 담긴 정론을 기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경제문제에 대한 독자의 갈증을 해소시키려면 신문이 어려운 경제를 쉽게 해설하고 바른 평가와 방향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한주일 내내 체계적인 평가와 과제를 담은 기획이 돋보이지 않았다. 외국 전문가들의 전망(28일자)이 일부 소개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독자의 갈증을 해소시키는데는 역시 풍요속의 빈곤이었던 것 같다.

뒤늦게나마 시장이 정책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평가(29일자)도 있었지만 그 원인은 정부 당국자의 말대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정책의 홍보부족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은 오히려 투신사에 대한 중앙은행의 자금지원이 없는, 알맹이 없는 정책에 냉소를 보낸 것이다.

특히 부실 기업의 처리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 않은 한국 경제에서는 부채가 어떤 방식으로 정리돼야 하느냐에 대한 언론의 선도적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신문은 때로 기아사태에서 나타난 것처럼 사회정서나 정치논리에 휘말려 일반의 인기에 영합하는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당시 재벌의 기아주식 매수를 사회의 공적(公敵)으로 다루고 국민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던 일부 언론은 결과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수조원의 부채를 탕감해서 다른 재벌에 인수시킨 오늘의 현실에 무어라고 얘기하겠는가.

신문이 중대한 경제사안에 대해 명쾌하게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것이 비록 단기적으로는 여론과 역행하는 대안이라 할지라도 과감하게 정론을 펴나갈 수 있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경제문제를 다루는 신문의 시각이 막연히 반(反)대기업적이거나 근시안적인 사회정서를 밑바탕으로 삼는다면 바른 대안을 기대할 수 없다. 정치나 사회문제와 달리 경제정책을 평가하는 눈이 철저하게 시장지향적이고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합리성을 갖고 있어야 하며 무엇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경제문제를 다루는 동아일보의 ‘눈’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하며 독자를 전문가인 시각에서 설득시킬 수 있어야만 할 것 같다. 그래야만 정치나 사회문제와 같이 경제정책도 언론이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여론을 이끌 수 있다.

정갑영(연세대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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