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前법무 『후배들 볼 낯 없어』

입력 1999-07-28 00:39수정 2009-09-2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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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셨습니다. 살펴가십시오.”

“후배들에게 미안하네.”

27일 밤12시무렵 김태정(金泰政) 전법무부장관은 서울지검 청사를 떠나 집으로 돌아갔다.

검찰 관계자는 “그에게는 어쩌면 일생에서 가장 긴 하루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사받으면서도 내내 “검찰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고 말했다고 이훈규(李勳圭) 수사본부장은 전했다.

진형구(秦炯九) 전대검공안부장에 대해서는 “안됐다”며 연민의 정을 표했다고 한다.

이날 오후 3시 서울지검 청사에 나타난 김전장관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파업유도 발언의 여파로 6월8일 장관직에서 물러난 지 50일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 출신으로는 92년 12월 부산 초원복집사건으로 검찰에 출두한 김기춘(金淇春·한나라당 의원)전장관 이후 두번째.

당시 서울지검은 간부들이 나서서 그를 임휘윤(任彙潤·서울지검장)공안1부장실로 모신 뒤 차를 대접했다.

김태정전장관의경우는 달랐다. 그는전날출두한 진전부장처럼지하 1층민원실에서 출입증을발급받고1층 로비로 올라갔다. 실무자인사무과장만 나와 출두장면을지켜봤을 뿐이다.

김전장관은 진전부장과는 달리 사진촬영에 순순히 응했지만 “파업유도를 알았느냐” “심정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작은 목소리로 “다음에 얘기합시다”라는 말만 몇차례 되풀이하고 조사실로 올라갔다.

조사는 이본부장이 직접 맡았다. 주임검사인 이귀남(李貴男)서울지검 특수3부장은 김전장관과 동향(전남 장흥)인데다 총장 시절 핵심측근이어서 이본부장이 직접 조사하기로 한 것.

이본부장은 김전장관이 검찰총장 시절 총장의 지휘를 받는 대검 중수부1,3과장을 지냈다. 당시 김현철(金賢哲)씨 비리사건 주임검사였던 이본부장은 재판과정에서 중형구형 등의 문제로 현철씨와 가까웠던 김전장관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15일간의 법무장관’ 시절에는 역시 장관 직속인 법무부 ‘검찰1과장’을 맡았다. 검찰 간부는 “두 사람은 애증(愛憎)이 점철된 관계”라고 말했다.

조사가 시작된 이후 김전장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필요한 말만 짧고 간단하게 했을 뿐이라고 이본부장은 전했다.

한편 김기춘전장관은 당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됐으나 재판과정에서 헌법재판소가 그에게 적용된 선거법 조항(선거운동원이 아닌 자의 포괄적 선거운동 금지)을 위헌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공소기각 판결을 받았다.

〈이수형·김승련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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