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최영훈/사공많은 특검제

  • 입력 1999년 7월 22일 19시 13분


특별검사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여야는 그동안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정신이 팔린 듯한 모습을 보여 왔다. 검찰이 파업유도발언 의혹 수사에 착수한 것은 여야가 소모적인 정쟁을 벌이며 40여일을 허송한 것이 빌미로 작용했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착수 방침을 밝힌 바로 그 다음날 야당은 그동안 줄곧 반대해 왔던 여당의 ‘한정적 특검제’안을 전격 수용,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검찰의 특별수사본부는 여야의 합의에 아랑곳없이 칼을 뽑았으면 끝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자칫 잘못하면 검찰이 끝낸 사건을 여야 합의에 의한 특별검사가 또다시 조사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조짐이다.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검사의 조사와 별도로 검찰의 독자적 수사 진행이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박상천 국민회의 원내총무의 의중(意中)이 궁금하다.

또 여당이 제안한 한정적 특검제를 놓고 제기되고 있는 법조인들 사이의 위헌 논란에 대한 법조인출신 정치인들의 논리도 분명히 정리되어야 할 문제다.

한 중견법관은 “법률은 일반성과 추상성을 지녀야 하는 데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만 특검제를 도입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A씨를 처벌하는 법률’과 같이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법률이 위헌이듯이 특정사건만으로 한정한 법률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한 변호사는 “위헌시비는 있지만 반드시 위헌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즉 ‘5·18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과 같이 개별사건을 다룬 것도 합헌결정이 났다는 반박이다.

법리에 밝은 대법관출신의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책임자로 있는 한나라당이 이 점에 대해 어떤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 역시 궁금한 대목이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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