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자동응답 안내전화『짜증』

  • 입력 1999년 7월 19일 19시 41분


“안녕하세요, 항상 여러분 곁에…임원실은 1번…번호를 모르시면 9번을 누르세요.”

회사원 김영훈씨(35)는 19일 모 공공기관에 문의할게 있어 이동전화기로 전화를 걸었다. 자동응답(ARS)전화기에선 잠시 자기네 기관 홍보 멘트가 흘러나오더니 “임원실은 1번, 구내번호 안내는 0번”이란 안내가 나왔다. 0번을 눌렀더니 “정책본부는 1번, 대외협력본부는 2번…” 등등 무려 8개의 번호가 천천히 안내됐다. 그리고 나서야 “원하는 번호를 모르거나 직원과의 직접통화를 원하시면 9번을 눌러주세요”란 멘트가 나왔다. ARS기계가 전화를 받은지 40초 가량이 지난 뒤에야 교환에게 연결돼 구내번호를 안내받은 것이다.

대표전화나 안내전화를 ARS전화로 바꾸는 공공기관과 기업체가 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기관이나 업체의 ARS녹음 내용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안내방식이 제각각이어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취재진이 ARS를 설치한 20개 공공 및 민간기관에 전화를 해보았더니 원하는 구내번호를 듣기 까지는 평균 40초가량이나 걸렸다. 중간에 전화연결에 실패해 다시 걸어야하는 경우도 여러건에 달했다.

각종 문의전화도 마찬가지다. 날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상청 안내전화(131번)의 경우 뜬금없이 녹음내용의 중간 대목이나 끝부분이 먼저 나올 때가 많다. 서울시의 민원신고전화(120번)는 각 번호와 함께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이를 빠뜨리기 쉬워 중간에 실패하기 일쑤다. ARS전화가 보편화된 각 은행의 텔레뱅킹은 한번 잘못 누르면 10여회가 넘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승관(朴承寬)교수는 “기술발전으로 인간을 흉내내는 기계가 의사소통에 개입하는 탈인간화 경향이 늘고 있는데 ARS전화가 그 대표적인 사례”라며 “그나마도 ARS를 설치하면서 공급자 위주로 내용을 녹음하는 ‘고객 마인드 부족’이 시민들을 짜증스럽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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