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충무로 「血부인」 특수분장전문가 윤예령씨

입력 1999-07-18 19:45수정 2009-09-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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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귀신으로 만들어 드릴까요. 아니면 피를 뚝뚝 흘리는 모습으로….』

특수분장 전문가 윤예령씨(35). 97년 KBS 2TV‘신판 전설의 고향’과 영화 ‘은행나무 침대’‘귀천도’ 등에 등장하는 귀신과 흉칙한 연기자의 모습은 모두 그의 손을 통해 탄생했다. 영화 ‘이재수의 난’에서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이재수(이정재 분)의 잘린 목도 그의 작품이다.

“꼭 공포물이 아니라도 일반적인 분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장면이 있습니다. 연기자의 목을 실제로 자를 수도 없고…. 얼굴 형태 자체가 변하는데는 특수분장이 필요하죠.”

그의 ‘요술 재료’는 생고무로 불리는 라텍스와 폴리우레탄. 이재수의 머리는 연기자의 얼굴을 석고로 뜬 뒤 폴리우레탄 계열의 스킨플렉스를 부어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단순 작업이고 그 뒤가 더 어렵다. 머리카락과 수염은 물론 속눈썹까지 한올한올 일일이 인조머리에 ‘심는’ 데만 20일이 넘게 걸렸다. 또 죽은 사람의 피부색에 맞추는 분장 작업이 추가된다.

이제는 ‘충무로의 피(血)부인’으로 불리며 특수분장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한때 그는 잘 나가는 여배우였다. 87년 영화‘우담바라’를 시작으로 3년간 ‘구로아리랑’ ‘Y스토리’와 KBS 일일극 ‘사모곡’ 등에 출연하며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89년 연기공부를 위해 떠난 미국유학 길이 그에게는 좌절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의사소통 수준이 아니라 미세한 감정까지 드러내야 하는 연기를 공부하는데 한계를 느꼈고, 대신 국내 미개척분야인 특수분장을 배운 것이다.

그는 특수분장에 대한 국내의 투자가 미흡해 아쉬울 때가 많다고 말한다.

“할리우드에서는 특수분장 재료로 라텍스보다 피부에 가까운 실리콘이 사용됩니다. 그러나 가격이 실리콘의 4,5배여서 우리는 쓸 엄두를 못내죠. 대학동기인 (박)중훈이의 개런티가 몇 억원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화가 나요. 연기는 의상 정도만 준비하면 되지만 특수분장은 보수도 적은 데다 비싼 재료까지 구입해야하는데…(웃음).”

특히 여배우들은 그를 화나게 해서는 안될 이유가 있다.

“석고로 얼굴본을 뜨다보면 화장 속에 가려져 있는 얼굴의 미세한 칼자국이 다 노출돼요. 여배우들의 80%는 수술자국이 있더라구요.”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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