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고속도 「짜증휴게소」

  • 입력 1999년 7월 18일 18시 39분


자가용으로 인천시 부평구에서 서울 강남의 회사로 출퇴근하는 윤모씨(32·회사원)는 매일 경인고속도로와 88올림픽고속도로를 이용하기가 ‘가시밭 길’이다.

꽉 막힌 도로를 2시간 남짓 운전하다보면 피로와 짜증이 커지는 것은 물론 용변이 급하거나 기름이 떨어져도 해결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편은 비단 윤씨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고속도로를 운행하다 보면 용변을 참다못해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주차한 뒤 허겁지겁 숲속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피곤을 풀기 위해 비상등조차 켜지 않고 갓길에 길게 줄을 지은 ‘노숙(路宿)’차량들도 많이 있다.

휴게소를 찾더라도 피로를 풀거나 짜증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다.

휴식공간은 고사하고 주차공간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다시 도로를 타려면 입구에 차량들이 잔뜩 몰려 몇십분씩 걸릴 때도 있다.

이같은 풍경은 우리나라 고속도로의 각종 편의시설이 얼마나 빈약한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운전자의 ‘쉼터’로써 피로를 풀어주고 주유 및 차량 정비점검을 통해 안전운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휴게소의 기본성격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는 휴게소의 수가 선진국에 비해 적은데 일차적 원인이 있다.

주유소와 식당 등 종합 서비스시설을 갖춘 정규 휴게소와 화장실만 있는 간이휴게소를 합치더라도 우리나라 18개 고속도로의 휴게소간 거리는 평균 30㎞. 그나마 4년 전의 평균 36㎞에 비하면 크게 나아진 것이다.

프랑스 일본 등 교통선진국들은 간이휴게소를 10∼20㎞, 정규 휴게소를 30∼60㎞마다 설치하고 있다. 휴게소간 평균 거리는 15㎞ 안팎. 도로사정상 거리가 가장 먼 휴게소도 35㎞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2004년이면 휴게소간 거리가 28㎞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휴게소의 서비스 수준도 교통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의 경우 정규 휴게소에는 매점 식당 화장실 주유소 등이 고작이다. 그나마 식당서비스와 음식의 질도 형편없어 늘 이용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최근들어 경부선 입장화물차전용휴게소에 ‘휴면실’ 등이 설치되는 등 편의시설 다각화가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휴면실은 물론 어린이놀이시설 피크닉시설 등 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다. 휴게소가 하나의 종합 레저시설로 운전자가 부담없이 즐기고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는 셈이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화장실 등의 개선에 역점을 두는 한편 휴게소를 지역별로 특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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