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윤 한양대류마티스병원장-김경일상명대교수 만남]

입력 1999-07-15 18:44수정 2009-09-23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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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노인을 집에서 모셔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자신도 치매인 노모를 모시고 있다더군요. 물었죠. 선생님이 모십니까, 부인이 모십니까?”(상명대 중문과 김경일교수)

“김교수의 책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읽으며 환자 중 ‘아들 낳기’의 후유증으로 신음하는 여성이 내내 눈에 ‘밟혀’ 왔습니다.”(한양대류마티스병원 김성윤원장)

두 사람이 최근 만났다. 10여년 동안 한국의료계의 폐쇄주의와 싸워 왔다고 자부하는 김원장이 유교문화의 폐쇄성을 비판했다가 성균관측으로부터 고소당한 김교수를 강연회 연사로 초청했던 것이다.

김교수는 50여 곳의 강의 요청을 고사했지만 이번엔 응했다.

김원장은 한양대, 김교수는 국민대 출신. 두사람은 출신학교가 현재 ‘학계의 주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두 사람은 ‘갑골문 해석’과 ‘류머티스질환 치료’ 분야의 정상으로 꼽힌다.

김교수는 강연회에서 의사 간호사 등 100여명 앞에서 우리 사회의 폐쇄성에 대해 얘기했다.

“출판사 사장에게 출신대학을 말하면 얼굴색이 변했습니다.동료학자들도 실력이 아니라 출신대학 때문에 무시했습니다.”

김원장은 김교수의 강의가 끝나고 “의료계도 마찬가지”라면서 “학회에서 발표 도중인데도 명문대 원로교수가 ‘다 아는 내용이니까 그만 하라’고 말하면 참석자 대부분이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그 교수는 류머티스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었고 진행자가 ‘종’을 쳐 판을 깨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그런데도 김교수에게 환자가 몰려들자 이번엔 음해와 투서가 끊기지 않았다.

김원장은 “많은 의사들이 ‘스승’의 말씀에만 신경쓰고 공부는 게을리 하면서도 ‘잘못된 의료제도 탓에 환자를 제대로 못본다’고 불평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우리 사회의 ‘이상한 규율’이 많은 사람의 가능성을 막고 있다는 점에도 동감했다.

“‘튀는 사람’ ‘혼자 열심히 하는 사람’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풀밭’(골프장)에 나가지 않는 의사는 ‘왕따’가 되기 쉽지요.”(김원장)

“상당수의 의사들이 오히려 환자의 건강을 해치듯 교육자들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해치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시험을 봤는데 ‘귀가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이란 문제에 ‘손을 씻는다’고 답했다가 틀렸어요. 답은 ‘옷을 턴다’였고요.”(김교수)

둘은 실력이 우선하고 논리가 통하는 ‘열린 사회’를 꿈꾸고 있다.

“학생들에게 오후2시에 런민일보(人民日報) 1면을 복사해 주고 시간제한 없이 시험을 보게 합니다. 자정이 넘도록 시험장을 지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시험이 ‘진짜’라고 믿습니다. 진짜만이 ‘위선’을 이길 수 있죠.”(김교수)

“고교생 아들이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겠다고 해요. 하지 말라고 했더니 ‘할아버지는 염색하는데…’하는 논리를 세우더군요.옳다고 생각해 허락했지요.”(김원장)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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