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사랑노래「장미의 기사」

  • 입력 1999년 6월 24일 20시 15분


음악에 대한 의견은 사람마다 아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필자는 20세기에 만들어진 왈츠곡 중 사람을 가장 흥분시키는 작품은 ‘메리 포핀스’에 나왔던 ‘연을 날리러 가자(Let’s Go Fly a Kite)’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너무 끈질기게 묻지 말아주길 바란다. 그러면 필자는 주먹을 물어뜯으면서 고독한 시선으로 창 밖만 하염없이 바라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지난 1000년간 만들어진 최고의 사랑 노래를 꼽으라면 필자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그런 노래를 가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1000년은 긴 시간이다. 처음 750년 동안에는 사랑 노래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나마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져 있는 소수의 사랑 노래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연인들의 시체에서 들장미 같은 꽃이 피어난다는 식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노래에 담긴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죽음이 임박해 있을 때는 언제나 사랑보다 죽음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랜 세월을 두고 기억될 사랑 노래에는 죽음이나 목숨을 건 도박 같은 것이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

이 원칙에 따라 19세기와 20세기에 만들어진 노래 중에서 연인이 곧장 죽음을 맞는 것들을 제외하면 조금씩 결과가 보이기 시작한다. 푸치니의 노래 대부분, 바그너의 노래 전부는 제외되는 쪽에 속할 것이다.

사랑 노래로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은 20세기에 만들어진 가벼운 팝송들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려낼 것은 가려내야 한다.

‘당신은 나의 것(You Belong to Me)’은 너무 소유욕을 드러내고 있고 ‘당신은 나를 위한 사람(You Were Meant For Me)’은 달콤하지만 고독과 비밀스러운 사랑에 빠져 있는 남자의 가망 없는 열망으로 가득차 있다.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블루스인데 블루스 곡은 매우 다정하고 감미롭지만 순수하게 사랑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찾아오는 가수의 죽음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적 선택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Der Rosenkavaller)’의 마지막 삼중창이다.

이 곡은 지금까지 쓰여진 어떤 곡보다 아름답다. 이 오페라의 마지막이 다가오기 직전에 나이가 많은 마르샬린은 자신의 젊은 연인 옥타비안이 비슷한 또래의 여자 소피와 새로운 사랑에 빠진 것을 보고 품위 있게 그를 포기한다. 그녀는 사랑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사심없이 사랑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삼중창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가볍고 슬기로운 이 노래는 바그너의 정열과 멜로디의 깊이, 모차르트 같은 가사와 분위기를 갖고 있다. 숨쉬기도 어려울 만큼 고음이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천상의 음악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나는 그를 올바른 방법으로 사랑하기로 했네”라고 마르샬린은 노래한다. “그가 또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더라도 그것마저 사랑할 수 있도록!” 마르샬린의 아름다운 시절은 이제 끝나버렸다. 한때는 그녀도 사랑을 누렸지만 이제는 인사를 하고 사라져가야 한다. 1000년을 마감하는데 얼마나 어울리는 노래인가.

▽필자:로리 무어〓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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