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홍찬식/문화부의 인사번복 해프닝

  • 입력 1999년 6월 20일 19시 47분


IMF체제 이후 젊은이들이 가장 원하는 직업은 단연 공무원이다. 공무원시험에 응시자들이 구름처럼 몰리고 대학가가 고시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만 보아도 인기도를 실감할 수 있다. 공무원의 높은 인기는 무엇보다 고용불안 시대에 직업의 안정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이런 일반적인 인식과 실제 공무원들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공무원 부인은 “공무원 처지를 아는 이상 내 딸은 절대 공무원에게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적은 월급으로 살림 꾸리기 힘든 것은 접어두더라도 ‘공무원이 월급만 갖고 살겠느냐’는 주변의 의심어린 눈총,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언제 감원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등으로 공무원 아내가 된 게 후회스러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권이나 장관이 바뀔 때마다 빚어지는 인사태풍도 공직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지 오래다. 최근 문화관광부에서 벌어진 사무관 인사번복의 해프닝이 공무원 사회에 단연 화제다. 김순규(金順珪)차관이 차관전결 사항으로 되어 있는 사무관급 인사를 결재한 다음 발령장까지 주고 해외출장을 떠났으나 박지원(朴智元)신임 장관이 뒤늦게 이의를 제기해 해당 공무원들이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는 것이다.

▽문화부측은 박장관 취임 직후 국 과장급 인사가 대폭 이뤄진 상황에서 실무진인 사무관까지 물갈이를 하게 되면 업무파악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보다는 차관이 장관과 인사에 대한 의견교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던 게 더 큰 원인인 듯하다. 비전문가 출신인 새 장관의 조직장악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하루만에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야 했던 사무관들의 착잡한 심정은 누가 헤아려 줄 것인가.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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