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민병윤/인류가 만든 최악 독극물 다이옥신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다이옥신은 인류가 만든 최악의 독성물질이다. 청산가리보다 1000배나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다. 1g으로 몸무게 50㎏의 성인 2만명을 죽일 수 있을 정도이다. 다이옥신이 몸 속으로 유입되면 간장 신장을 파손하고 면역성 저하, 피부병, 자궁내막증식증, 암 발생, 기형아, 유전자 이상, 성격이상, 정서불안 등 온갖 증상을 일으킨다.

특히 베트남 전쟁 때 미군이 게릴라가 숨은 지역의 삼림을 고사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대량 살포한 고엽제에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포함돼 있었다. 베트남에 파병됐던 고엽제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다이옥신이 인체에 미치는 독성을 잘 보여준다.

다이옥신은 폴리클로로디벤조다이옥신과 폴리클로로디벤조푸란을 총칭한다. 모두 210개의 이성질체(異成質體)가 있다. 다이옥신은 도시쓰레기 산업쓰레기 및 염화비닐 계통 등을 소각할 때 발생한다. 제초제와 같은 농약에도 불순물로 포함돼 있다.

다이옥신은 쓰레기 소각 및 산업활동을 통해 대기중으로 방출된다. 보통 다이옥신은 입자들과 결합한다. 입자들은 작기 때문에 오랫동안 공기중에 머물러 멀리 날아가면서 광범위한 오염을 유발한다.

제초제 등에 포함된 다이옥신은 토양 지하수 및 하천에 오염돼 이 곳에 사는 어패류, 이것을 섭취하는 포유류 등 먹이 사슬을 타고 결국 인간에 최대의 양이 축적돼 건강을 해치게 된다.

인간에게 축적되는 것은 98%가 식품에 의해서다. 식품의 용기 및 포장지, 축산식품 및 어패류, 우유 및 유제품, 농약 등 광범위한 경로를 통해 체내로 유입된다.

특히 최근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파문이 확산되면서 어류에서도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으로 보도됐다. 한국인의 1일 평균 식품 섭취량은 1100g이고 총 식품 섭취의 80%가 식물성 식품이며 동물성 식품은 20%를 차지한다. 동물성 식품중 어패류 섭취가 약 40%로 1일 전체 섭취량의 8% 정도 된다.

이번에 어류에서 검출된 다이옥신의 농도는 전반적으로 비교적 낮은 농도로 섭취하더라도 당장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정도로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어류 이외의 모든 식품군을 포함해 하루에 어느 정도의 다이옥신이 우리 몸속에 유입되는지를 밝혀내야 한다.

몸속에 들어간 다이옥신은 주로 지방에 축적되고 지방 소모량이 급격히 증가하면 다이옥신 농도가 갑자기 높아져 급성 독성을 나타내 급사할 수도 있다.

또한 여성이 임신을 하면 모체의 60% 정도가 태아로 이동돼 모체의 농도는 급격히 감소한다. 수유를 통해서도 이동된다.

따라서 출산을 2,3회 하게 되면 모체에서 그 만큼 다이옥신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것은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결국 인간이 태어나 결혼하기까지는 남녀 모두 축적되다가 여성은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면 농도가 감소된다. 모든 야생동물의 평균수명은 수컷에 비해 암컷이 훨씬 길다.

특히 인간은 다른 포유류 동물에 비해 여성의 평균수명이 남성보다 훨씬 길다. 이 이유의 하나도 다이옥신이 출산을 통해 태아로 이동돼 여성의 면역성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그만큼 낮은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 하겠다.

경남대 연구팀은 90년 초부터 한국의 대기 토양 해양 어패류 야생조류 포유류 및 인간이 다이옥신에 오염된 정도를 조사하면서 그 심각성을 당국에 줄곧 제기했다.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 물질이 체내에 축적되는 경로의 거의 98%가 식품에 의해서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식품에 대한 문제점을 행정당국에 건의하면 항상 대답은 공공기관에서 검증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성이 없다든지, 기준치 이하이니 문제될 것이 없다는 식으로 무시하기 일쑤였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기관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가 공공기관에서는 하루 빨리 다이옥신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전문인력을 보강해 국민이 모든 식품을 안심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이번 다이옥신 돼지고기 파동은 뒤늦게나마 한국 사회에 다이옥신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민병윤(경남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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