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발칸에 평화가 오는가?

  • 입력 1999년 6월 10일 19시 27분


유고연방의 알바니아계 주민들에 대한 ‘인종청소’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보복공습으로 폐허가 되다시피 한 땅 발칸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 유고연방은 NATO측과의 합의에 따라 10일 코소보주둔군 철수를 시작했으며 NATO 공군기들의 유고공습도 멈췄다. 코소보에는 유엔 결의에 따라 곧 국제평화유지군이 진주하고 ‘인종청소’를 피해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던 알바니아계 주민 약 100만명이 귀향하게 된다.

그러나 코소보의 장래는 아직도 불투명하다. 알바니아계 주민들이 자신들을 ‘인종청소’한 세르비아계 유고연방군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문명사회에서 발생한, 가장 야만스러운 학살 참극의 피해자인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심사는 충분히 헤아릴 만하다. 그 분노와 증오가 언제 세르비아계 주민들에게 불붙을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코소보해방군(KLA)과 유고연방군 간의 재충돌 가능성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

유고연방의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대통령 처리문제도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NATO측은 밀로셰비치를 비롯한 유고연방 지도자 대부분을 전범으로 재판에 회부할 방침이다. NATO측이 그런 밀로셰비치정권의 전쟁복구비를 지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세르비아계 주민들 역시 피해복구비만 300억 달러가 넘는 전쟁의 상처를 그대로 안고 가야 할 형편이다.

발칸반도의 상처와 비극을 하루빨리 치유하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이번 철군 협정이 합의에 이른 것도 그동안 NATO의 군사행동에 반대했던 러시아와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 덕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알바니아계 난민들의 귀향, 코소보의 재건, 그리고 알바니아계와 세르비아계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국제사회가 할 일은 많다. 발칸반도에 트고 있는 평화의 싹은 결국 국제사회가 얼마나 관심을 갖고 도와주느냐에 따라 그 장래가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냉전체제 붕괴 이후 지구촌에는 오히려 지역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이념보다는 종교 문화 인종적인 충돌이 빈번하다. 이번 유고사태는 국제사회가 그같은 충돌에 어떻게 대응해야 바람직한지, 좋은 경험과 교훈을 제공해 주었다. 어느 나라든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든, 야만적인 인종차별과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지도자는 국제사회의 공동응징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유고사태가 그 선례가 된 셈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명심할 일은 무력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첨단무기를 사용한 NATO측의 대 유고 공습은 엄청난 파괴와 비극을 초래했다. 강대국이 흔히 유혹에 빠지기 쉬운 무력응징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라는 교훈을 다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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