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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0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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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년 11월10일:“이총재(이경식·李經植 한국은행 총재), 갱(경)제가 이래 가지고 되겄나?”
“각하, 큰일입니다. 나라가 부도나기 직전입니다.”
“그라모 우예 하노?”
▽4년 8개월의 시차를 두고 보여진 두 장면은 김영삼(金泳三) 문민정부 5년의 영욕(榮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1전도 받지 않았다”는 YS의 말 뒤에 시중에는 “나 식사 끝났다. 식당문 닫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었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막대한 액수의 정치자금을 받았을 것이 뻔한 처지에 대통령이 됐다고 혼자 깨끗한 척 하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었다. 그러나 당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으려 했던 YS의 의지마저 색안경을 끼고 볼 일은 아니다.
▽YS는 93년 2월25일 대통령 취임사에서 변화와 개혁을 주창하면서 “제도만이 아니라 우리의 의식과 행동양식까지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YS는 그것이 청와대에서 칼국수를 먹고, 세계화를 외친다고 이루어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더구나 권력의 속성과 행동양식은 대통령이 뭐라 한들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30대에서 40대 초에 이르는 12명의 동아일보 기자들이 YS 문민정부 1천8백일의 비화 ‘잃어버린 5년―칼국수에서 IMF까지’를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야말로 젊은 기자들이 발로 뛴 땀의 결실로 흥미로운 읽을거리이자 소중한 역사의 기록이다. 한 정권이 어떻게 하다가 실패하는지 현집권세력에도 훌륭한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될 것이다.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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