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업후, 노사정의 선택은?

  • 입력 1999년 5월 16일 20시 04분


노사 양자가, 그리고 노사정 삼자가 생산적 대화를 통해 멋진 타협을 이뤄내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민주노총 2차 파업의 일단락을 계기로 노사정관계에 새로운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들 삼자가 법제도의 테두리 안에서 평화적 합리적 효율적으로 이해(利害)를 조정하는 관행을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지난달 중하순과 이달 중순 민노총이 주도한 지하철 병원 등의 파업이 사회안정과 경제회복에 결정적 악재(惡材)로 발전하지 않은 점은 정말 다행이다. 이번 파업은 노사정 모두에 교훈이 돼야 한다.

민노총은 ‘정부의 탄압을 알리고 정리해고 위주 구조조정의 부당성을 밝혔다’고 파업성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파업은 국민적 공감을 얻는 데 실패했으며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파업이 불가피할 만큼 절박하지 않고 명분과 자기역량 축적도 부족한 상황에서 강행한 파업은 성공할 수 없음이 입증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파업대처에 완승을 거두었다고 자평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정부가 불법파업 엄단 등 원칙을 지킨 점은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정부여당도 노동계 못지않게 깊이 자성해야 한다. 민노총의 파업에 앞서 정부여당은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해 노사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부당노동행위 근절, 노사정위원회 위상강화 등 노사정 합의 이행에 태만해 노동계의 반발을 증폭시켰다. 노동계가 노사정위 탈퇴를 선언한 뒤에는 정리해고 무노동무임금 등 새 노사관계 틀의 기본까지 훼손하는 무원칙을 드러냈다. 이런 행태가 민노총측에 ‘힘(파업)으로 밀어붙이면 더 얻을 수 있다’는 비현실적 판단을 하게 했는지 모른다.

노사정의 이해가 일치하기는 숙명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어느 쪽이나 힘으로 밀어붙이면 더 큰 공동의 손실을 낳기 쉽다. 70, 80년대 권위적 정부와 이에 편승한 기업들이 노동권을 지나치게 억압한 것이 87년부터의 폭발적 노사분규를 낳았다. 그런가하면 자제력을 잃은 노동운동이 고비용 저효율에 따른 경제위기와 그 결과인 대량실업사태의 한 원인이 됐다.

노사정관계의 긍정적 진전을 위해 가장 긴요한 것은 역시 대화와 타협이다. 노동계는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사정(使政) 양측과의 대화테이블로 돌아가 국민적 공감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정부와 사용자측은 민노총의 파업실패를 악용해 온갖 핑계로 자기개혁은 소홀히 하면서 노동자에게만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된다. 도에 넘치게 노측의 희생만 요구할 경우엔 더 강도높은 저항과 이에 대한 국민적 호응을 촉발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제 양보 화답(和答)의 정신이 더욱 절실한 노사정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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