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문장 구두점 마침표

  • 입력 1999년 5월 10일 12시 17분


문장의 끝을 나타내는 구두점인 마침표는 먼지 한 톨만한 크기밖에 되지 않지만 사실은 글쓰기의 체계를 확립한 주역으로 찬양받아 마땅하다. 마침표가 없었다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영영 끝나지 않았을 것이며 톨키엔의 소설에 나오는 난쟁이 호비트의 여행도 결코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마침표는 하나의 생각이 완결되었음을 알려주고 결론이 내려졌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리고 나폴레옹처럼 몸집은 작지만 분명히 드러나는 당당함을 지니고 있다. 이 작은 점은 우리를 포함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언젠가는 반드시 제자리에 멈춰서서 끝을 맞게 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문장의 끝을 나타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은 아마 인간이 글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을 때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그러나 간단하고도 놀라운 그 해결책은 르네상스 시대가 되어서야 발견되었다. 그 이전의 오랜 세월 동안 구두점들은 절망적일 정도로 변덕스럽게 사용되었다. 기원후 1세기에 스페인의 작가인 퀸틸리안은 완벽한 생각을 표현하는 한 문장은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길이의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장의 끝을 표시하는 방법은 순전히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서기들은 온갖 종류의 기호와 상징들을 구두점으로 사용했다. 그냥 한칸을 띄워보기도 했고 점을 여러 개 찍거나 사선을 긋기도 했다. 8세기 무렵에는 지금의 마침표와 같은 점이 쉼표와 마침표로 동시에 사용되었다.

그런데 1566년에 베니스의 위대한 인쇄업자의 손자인 젊은 알두스 마누티우스가 자신이 쓴 구두법 안내서에서 처음으로 문장의 끝이 지니는 의미와 역할을 명확하게 설명했다. 이 책은 원래 인쇄 기술자들을 위한 지침서로 쓰여진 것이기 때문에 마누티우스는 자신이 먼 미래의 독자들에게 얼마나 커다란 선물을 주고 있는 것인지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는 헤밍웨이, 베케트, 프루스트 같은 후세의 위대한 문학가들의 작품에 의미와 멋을 부여해주었다.아이삭 바벨은 “그 어떤 쇳조각도 올바른 자리에 찍힌 마침표처럼 우리의 가슴을 찌르지 못한다”고 썼다. 언어가 지닌 힘과 무기력함을 깨닫게 해주는 데 있어 이 충실한 작은 점보다 더 훌륭한 것은 없다.

▽필자:알베르토 망구엘〓‘독서의 역사’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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