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中관계악화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1999년 5월 9일 19시 26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공군기의 베오그라드주재 중국대사관 오폭(誤爆)으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함에 따라 미중(美中)관계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중국의 시민 대학생들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베이징(北京)주재 미국대사관 앞에 운집, 격렬한 항의시위를 벌였다. 중국 남서부 청두(成都)의 미 영사관은 성난 시위대에 의해 불탔다. 중국측은 8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이번 사고를 ‘NATO가 저지른 야만적 행위’라고 격렬히 규탄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은 ‘비극적인 실수’라며 중국측에 ‘유감과 조의’를 표명했으나 양국관계가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이번과 같은 무고한 인명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유고사태는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이미 2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나토군의 공습이 계속 확대되면 결국 또다른 대전(大戰)을 불러오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코소보위기의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고 있는 독일 등 주변국가들과 유엔의 노력이 기대와 관심을 모은다. 우리는 그런 노력이 결실을 보기를 바란다.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유고사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미국의 전력이 유럽에 집중됨에 따라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힘의 공백이 생긴다는 지적에도 유념해야 한다. 또 NATO의 역할을 유럽지역에 국한하지 않고 전세계 분쟁지역 문제해결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미국의 구상은 바로 한반도문제와도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더욱 우려하는 대목은 이번 오폭사고가 앞으로 미중관계를 어느 정도까지 악화시킬 것이냐는 점이다.

미중 관계는 현실적으로 우리의 정치 외교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 그 파장을 미치게 되어 있다. 미국과 중국은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국과 중국은 남북한과 함께 4자회담을 이끌고 있는 나라다. 따라서 미중간의 갈등은 자연히 한반도문제 해결 노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번 오폭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양국간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이미 한반도문제 등에 대한 미중간의 협력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처음부터 NATO의 유고연방 공습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나라다. 그런 마당에 대사관이 폭격을 당해 인명피해까지 났으니 중국 국민의 분노가 어떠한가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양국 국민과 지도자들이 하루빨리 이성적인 판단으로 현재의 난기류를 극복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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