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식품오염, 알려줘야 아나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미국 농무부는 13일 미국 손 애플 밸리사의 아칸소 공장에서 제조한 육류 및 가금류 제품이 오염돼 식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우리 농림부는 국내에 수입된 이 공장 제품으로 소시지가 있으나 지난 1월 리스테리아균 오염 사실이 드러나 이미 회수조치된 바 있으며 이밖에 다른 축산제품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지 추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당국의 말을 백번 믿더라도 근본적인 의문이 떠오른다. 왜 매번 외국에서 통보해 주어야만 오염사실을 아느냐는 문제다. 우리 검역과정에서 먼저 찾아낼 수는 없느냐는 것이다.

외국 식품 수입이 크게 늘고 있다. 그 안에서 오염 제품을 찾아내는 것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대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손 애플 밸리사의 오염식품문제의 경우 우리 보건당국은 지난 1월 회사측에서 자사 제품이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한 다음에야 부랴부랴 제품의 소재 파악과 회수에 나섰다. 이전 통관절차에서는 하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상당 물량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상태였으며 당국에서 최대한 수거를 했다지만 완전한 회수는 이뤄질 수 없었다. 이번 미국 농무부 발표가 있은 다음에도 농림부는 국내에 수입된 이 회사의 제품이 소시지만인지, 아니면 햄 등 다른 제품이나 육류가 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소시지를 먹고 치명적인 식중독균인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된 사람이 아직 나타나지 않는 게 그나마 다행일지 모른다.

수출국의 오염 통보가 있고 나서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사례는 과거부터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2001년에는 축산물 수입이 완전 개방될 예정이다.제한적으로 허용되는 지금도 검역망에 구멍이 뚫려 있는 마당에 완전 개방이 되면 어떤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 짝이 없다. 국내에서 생산된 축산제품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국내에 들어와 유통되는 수입 축산제품에 비해 국내 제품은 제조 및 유통 과정이 훨씬 복잡다양할 수밖에 없다. 제한적인 외국 제품에서조차 오염사실을 제대로 판별하지 못하는 검역능력이라면 국내 방역망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검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원인은 여러가지일 것이다. 인원 부족에다 날로 다양해지는 병원균과 오염물질을 포착하기 위한 장비부족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검역시스템과 보건당국의 자세다. 현재의 검역시스템이 완벽한지 처음부터 점검해야 한다. 국민 보건을 지키는 첨병인 검역 당국자들의 근무자세에도 문제는 없는지 반드시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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