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티브 브라운 주한英대사

  • 입력 1999년 4월 11일 19시 42분


19일로 예정된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의 방한을 앞두고 국내에는 ‘엘리자베스 신드롬’이라 할 만큼 붐이 일고 있다. 여왕의 방문 예정지가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부상하는가 하면 여왕이 찾는 산업현장은 경제인들 사이에 주목의 대상이다.

여왕 방한에 앞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스티븐 브라운 주한영국대사를 만났다. 그는 여왕의 방한이 한국에 많은 ‘경제 승수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영국에서 열렸을 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여왕을 초청했다. 여왕은 1년에 두번 해외를 공식방문한다. 그 중 하나는 영연방국가이고 다른 하나는 비(非)영연방국가다. 여왕은 보통 외국에 나가면 여러 나라를 동시에 방문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단 한 나라만 방문한다. 그만큼 양국간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여왕의 한국방문이 갖는 의의는….

“김대통령은 지난해 경제적 어려움을 딛고 회복기를 이끌고 있다. 이 시점에서 여왕의 방문은 한국이 국제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여왕 방문을 계기로 지난 1년동안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했다고 세계 국민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다. 여왕의 방문은 한국의 신뢰회복에 이정표가 될 것이다.”

―여왕을 영국의 국가수반으로 볼 수 있는가.

“여왕은 정치인이 아니고 대표성을 갖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헌법상 군주의 자격을 갖고 있고 국가의 상징적 수반이다. 여왕이 한국에 와서 협상이나 조약 정치경제적 문제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왕이 방한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영국 내에서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도 한때 IMF체제를 경험했는데 이를 극복하고 있는 한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IMF사태가 터진 것에 대해 양국 국민의 감정은 매우 유사한 것 같다. 첫째는 양국 국민 모두 수치감을 느꼈고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양국이 IMF사태 후 1년도 안돼 빌린 돈을 갚기 시작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물론 다른 점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영국은 현재의 한국과는 달리 실직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잘 돼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었다.”

―한국 국민에게 주고 싶은 교훈이 있다면….

“우선 강한 지도력을 가진 정치적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또 미래와 직업에 대한 국민의 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왕이 안동이나 인사동 등을 방문지로 선택한 이유는….

“부산 대구 광주 경주 대전 제주 등이 후보지로 고려됐으나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교통상의 이유로 안동이 선택됐다.”

―영국국민과 여왕의 관계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52년 즉위 이후 여왕은 평생을 국가를 위해 봉사해왔다. 영국을 홍보하는데 열심이고 3백50여개 공공기관의 장을 맡고 있다. 70대인데도 젊은 사람도 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