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금관리 이대로는 안된다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각종 성금모금이 크게 늘어났다. 기존 불우이웃돕기 이외에 실직자 결식학생돕기 등이 IMF체제이후 새로 생겨났다. 국민 반응도 뜨겁다.

어느 TV프로는 한번 방영에 1억원 안팎의 성금이 모이고 있다. 모금도 의미가 있지만 제대로 쓰이는지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본보의 ‘동아포커스’이슈추적 보도(10일자 A11·A23면)는 이런 성금관리가 기대와는 달리 허점 투성이임을 고발하고 있다. 돈을 낸 사람들이 자신이 낸 성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전혀 알 수 없거나, 심지어 중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 성금참여자의 실망과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현행 성금관리의 맹점은 모금 단체들이 성금을 어떻게 썼는지 돈을 낸 사람에게 알려주지 않는 데 있다.

현행 법에도 반드시 알리도록 하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모금 단체도 이행하지 않고 당국도 단속할 의지가 별로 없는 듯하다. 국민이 선뜻 돈을 내는 것은 당사자에게 전달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돈을 전달하는 것은 성금참여자와 모금 단체와의 무언의 약속이다.

다들 어려운 가운데 모금에 참여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은 아니다. 힘든 때일수록 처지가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갖자는 취지다. 대대로 이어져온 이런 좋은 전통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은 IMF위기 이후 고통분담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처럼 갸륵한 정성이 담긴 성금이 부실하게 관리된다면 모처럼 조성된 성금문화를 위축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의 불신 풍조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

해결의 열쇠는 일차적으로 정부당국이 쥐고 있다. 처음 모금허가를 내줄 때부터 해당 단체의 공신력을 따져 선별해 허가하고 철저한 사후 관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법적 정비도 필요하다. 현행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는 모금단체가 모금된 돈의 2%까지를 운영경비로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나 성금참여자들은 납득하기 힘들다. 성금은 성금으로만 쓰고 운영비는 별도로 마련되는 게 사리에 맞다. 또 정부가 국가예산으로 충당해야 할 돈을 모금액에서 쓰는 사례도 있다. 국민의 돈으로 정부가 생색을 내는 일은 있을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해 투명성이 보장되는 새로운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성금문화가 갖고 있는 주먹구구식 관행도 고쳐져야 한다. 돈을 내는 사람들은 사용처를 세세하게 알려고하지 않는 게 미덕처럼 되어 있다. 남을 돕는데 돈의 액수보다 그 속에 담긴 ‘정’을 중시하는 게 우리 정서지만 전달과정까지 ‘정’이 강조될 필요는 없다. 돈을 낸 다음 제대로 쓰이는지 꼼꼼히 살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하면서도 이런 구석까지 신경써야 하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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