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평인/끄떡없는 「재경부의 금융장악」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04분


한국의 재정경제부와 일본 대장성의 동병상련. 재정 금융정책을 총괄하며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양국의 두 경제부서가 지금 똑같이 정부조직 개편과정에서 권한배분을 놓고 속앓이를 하고 있다.일본의 경우 대장성의 금융 감독기능을 신설된 금융감독청으로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기획 및 입안기능까지 금융감독청으로 넘겨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전후 최대의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인은 경기침체의 원인이 대장성으로 상징되는 관료주도 경제시스템에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대장성의 금융부문을 모조리 떼어내 금융감독청으로 일원화하고 대장성을 재무성으로 축소시키는 것을 정부조직개편의 최대 핵심사항으로 꼽고 있는 것.니혼게이자이 신문은 2월24일자 사설에서 “대장성의 재무와 금융의 완전분리는 금융시스템을 재생시키는 해결책”이라고까지 지적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덜 혁신적이다. 정부조직개편의 소용돌이속에서도 재경부에 금융제도 및 정책에 관한 법안제안권을 인정하고 또 당연시하는 분위기여서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재경부내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는 금융정책국. 금융법안제안권이 남아있는 한 정부조직개편이 끝나고 나서도 재경부내에 금융정책국은 고스란히 남게 된다. 재경부는 또 은행연합회 등 업종단체의 주무부처로서 법에 의해 이들 단체의 관리감독권을 확보하고 있다. 재경부 OB들의 낙하산 인사를 위한 유효한 안전장치로 기능할 수도 있다.흔히 일본과 한국 경제의 유사점으로 호송선단식 경제운영 시스템을 들고 있다. 바로 이 호송선단식 경제의 지렛대 역할을 해온 것이 다름아닌 대장성 혹은 재경부의 금융장악이라는 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정부조직개편 공청회에서조차 이 점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 안타깝다.

송평인<경제부>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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