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유망직업]「증시의 꽃」펀드 매니저

  • 입력 1999년 3월 9일 19시 04분


“미국의 주가하락과 일본 엔화의 약세에 따른 한국 기업의 수출경쟁력 저하가 우려됩니다. 보유주식의 일부를 팔아 리스크를 줄여야 합니다.”

“아닙니다. 주식을 팔아서는 안됩니다. 경기가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시황(市況)에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2월 말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맞은 편에 위치한 동원투자신탁 주식운용부 회의실. 이채원(李埰源·35)팀장 소속 팀원들의 생각은 두갈래로 나뉘었다.

결론을 미룬 채 회의를 끝낸 이팀장은 자리에 앉아 로이터 단말기를 살핀다. 새벽에 마감한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공업지수는 크게 하락했다. 영국증시의 FT지수, 독일의 DAX지수 등도 큰 폭의 내림세를 보였다.일본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엔화 가치도 급락할 전망이다.

고객이 맡긴 2천억원 가량의 신탁재산이 오늘따라 더욱 부담스럽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전 8시50분. 주가 단말기에 나타난 시황속보는 이미 하락을 예고하고 있다. 이윽고 오전 9시 정각. 개장이다. 먼저 선물(先物)시세가 폭락했다. 이어 종합주가지수 5백 포인트 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피가 마르는 것 같다. 그러나 바닥을 칠 것으로 판단하고 공격을 결심한다. 어제 다녀온 중견 방직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다시 검토한다. 안정성 수익성 성장성 모두 틀림없다. 증권회사 법인영업부로 전화를 건다. 수억원 상당의 주식매수 주문이다.

정오. 오전장을 마친 뒤 증권사의 반도체담당 애널리스트와 함께 점심을 들며 최근의 반도체 업계의 현황에 귀를 기울인다. 오후 들어 주식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오후3시 종합주가지수는 5백 포인트를 회복한 채로 마감했다.

사고판 주식들을 펀드별로 배분하고 나서야 한숨을 돌린다. 하지만 휴식도 잠시. 경제전망 세미나, 기업탐방 등 일정이 빼곡히 잡혀 있기 때문이다.

개인 또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위탁받아 관리해 주는 펀드매니저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뮤추얼펀드와 성과급 보수체계의 등장으로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자리를 옮긴 펀드매니저들도 여럿 나타났다.

펀드매니저가 증권시장의 꽃으로 부상하면서 이 분야에 뛰어드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펀드매니저가 되는 길은 단순하지 않다. 투자신탁협회의 업무규정을 보면 회원사의 모든 펀드매니저는 운용전문인력으로 등록해야 한다.

그 등록기준에 따르면 증권회사 또는 증권관계기관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경력이 있고 증권분석 또는 운용관련 업무에 1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또 투자신탁협회의 운용전문인력 양성과정이나 증권업협회에서 주관하는 증권 MBA 연수과정도 이수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다 2년 이상 신탁재산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등록 자격요건이 주어진다. 실전 경험이 없으면 펀드매니저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선배들의 조언.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당장 억대의 연봉자가 될 수는 없죠. 투자신탁회사를 비롯한 주식운용 관련회사에 들어가 증권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경제 산업 기업의 조사분석 업무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두루 섭렵해야 합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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