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쿠시마 다카야스 日와세다大 총장

  • 입력 1999년 3월 7일 19시 55분


《일본의 명문 사립대인 와세다대 오쿠시마 다카야스(奧島孝康·60)총장이 서울을 다녀갔다. 오쿠시마총장은 5일 김병관(金炳琯)동아일보사 회장의 고려중앙학원 제11대 이사장 취임식에 참석하고 6일 귀국했다. 와세다대는 고려대와 학술교류협정을 맺은지 26년이나 된다. 오쿠시마총장과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일본에서도 교육개혁에 관한 논의가 수년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의 창의력과 개성의 발현을 돕자는 것이 교육개혁의 큰 방향입니다. 고견을 들려 주십시오.

“창의력과 개성…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 같은 수험체제의 공부만으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없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힘’을 갖도록 초중고교는 ‘여유있는 교육’을 목표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학과 대학원은 한마디로 ‘미국 스타일’로 바꾸려 하고 있습니다. ‘경쟁환경 속에서 개성이 빛나는 대학’을 만들자는 것이 개혁방향입니다. 이렇게 되려면 대학입시 시스템을 바꾸어야만 합니다.”

―와세다대는 입시개혁을 위해 어떤 시도를 하고 있습니까.

“우선 대학원부터 ‘AO(Admission’s Office)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시험점수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문제의식과 열정, 경력과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방식이지요. 이분야(異分野) 이업종(異業種) 이문화(異文化)의 학생을 함께 받아들여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공부가 되게 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21세기의 대학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며 어떤 인간을 사회에 배출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21세기에는 인류의 생존이나 지구환경 자체가 문제가 될 것입니다. 대학도 지구친화적이고 인간친화적인 사람을 사회에 내보내야 합니다. 아울러 대학이 좀더 하이테크화하고 고도의 정보환경을 갖추어야 할 것입니다.”

―와세다대가 21세기를 바라보며 특별히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작업은….

“무엇보다 아태(亞太)지역의 교육 및 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하려 합니다. 이대로 두면 미국이나 유럽의 유력대학만 살아 남고 아태지역 대학들은 구미(歐美)대학에 대한 ‘학생 공급원’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구미대학에 대항할 수 있는 연구와 교육의 거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대학이 모든 것을 하려 해서는 안됩니다. 각기 특색있는 분야를 키우고 나머지 분야는 컨소시엄 관계에 있는 대학에 의뢰해 학생을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종의 분업이지요.

와세다대의 해외협력대학이 4년전에는 30개였지만 지금은 50개입니다. 4년후에는 1백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3국과도 네트워크를 만들었고 중앙아시아로도 넓힐 생각입니다.”

―실례지만 와세다대는 정보화에서 조금 뒤떨어졌다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부분적으로 사실입니다. 그러나 와세다대는 미디어와 정보산업 분야에 어느 대학보다 많은 인재를 배출했습니다. 소니 닌텐도 세가 사장과 정보산업 분야의 많은 임원들이 와세다대 출신입니다. 저희 대학은 대학원생을 포함해 학생이 5만명입니다만 컴퓨터를 1만대 이상 보유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컴퓨터 과학에서 매스컴과 문화, 하드에서 소프트에 이르는 모든 분야의 정보를 다룰 GITI(Global Information And Telecommunication Graduate Institute)를 발족합니다. 5,6년 이내에 일본최고가 되리라고 자신합니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한국의 언론과 정보산업 종사자들이 오겠다면 최대한 배려하겠습니다.”

―고령화가 매우 빨리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교육은 그런 변화에 충분히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좋은 지적입니다. ‘인생 50년 시대’에는 사회가 토너먼트 구조였습니다. 한번 지면 끝장이었지요. 그러나 이제 ‘인생 80년, 90년 시대’입니다. 사회도 리그전 구조로 바뀌었고 패자부활전이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학이 그런 변화의 ‘받침 접시’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학부는 이미 대중교육기관처럼 돼버렸습니다. 대학원 과정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격적인 직업교육이나 학문연구는 대학원에서 맡아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5년제 일관교육’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학생은 학부를 3년만에 마치고 대학원 2년을 다니게 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대학입학 연령을 18세로 고착해서는 안됩니다. 열정이 생기면 언제든 대학에 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생의 48%가 30세 이상입니다. 지금처럼 18세에 인생의 모든 선택을 끝내게 하는 시스템은 불합리합니다. 이제는 70세가 되더라도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대학이 도와주어야 합니다.”

―지난해 와세다대는 대학원에 아태연구과를 개설했습니다만….

“정원은 2백명이지만 학생은 3백명이 넘습니다. 일본의 문과대 단일학과로는 최대규모지요. 경영학 석사(MBA)과정과 지역학 과정으로 나뉩니다만 학생의 절반이 아태지역 등 외국에서 왔습니다. 저희가 성공적이기 때문에 문부성은 국립대에도 이것을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쿠시마총장은 김 멸치 김치를 한 아름 사 가지고 도쿄행 비행기를 탔다. 집에서도 먹고 선물로도 주겠다며.

〈정리〓조헌주기자〉hanscho@donga.com

▼ 오쿠시마 총장 약력

1939년 출생 와세다대 법학부 졸업 법학박사 와세다대 교수 교무부장 도서관장 법학부장 총장(1994∼) 일한(日韓)법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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