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소액주주운동]공병호/선동적차원은 곤란

  • 입력 1999년 3월 4일 20시 09분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시민단체들이 소액주주운동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주주의 이익을 해치는 재벌의 경영행태를 견제하기 위해 소액주주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재계는 경영을 위축시키는 선동적 사회운동과 구별돼야 한다고 반론을 편다. 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소액주주의 의사표시가 정치적 사회적 동기를 가진 ‘운동’차원에서 다뤄지는 것은 곤란하다. 특정 집단을 겨냥해 사회정의나 경제정의를 달성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소액주주 운동의 순수한 의도를 훼손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경영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소액주주운동이 본래 목적과 달리 다소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현실을 보면 일부 극소수 주주들의 권리가 전체 의사로 포장돼 정상적인 경영권 행사까지 간섭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으로 경영자를 위협하는 것은 선동적인 사회운동과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주주운동의 뿌리는 영미법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에서는 1백50여년 전부터 주주들의 권리와 회사의 존립에 대한 고민을 했다.

영국의 회사법은 주주와 회사의 관계를 일종의 계약으로 보아 경영자들이 사기 횡령 또는 명백한 과실 등으로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한 주주 대표소송이 남발하지 않도록 제동을 걸고 있다.

예를 들어 주주 전체에 영향을 준 경영자에 대해서는 소송제기 여부를 주총에서 결정한다. 주주 소송이 빈번해지면 회사법과 회사제도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제도이다. 특히 주식을 팔고 떠날 수 있는 공개회사는 주주소송을 엄격히 제한한다.

물론 소액주주운동이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의 필요성과 경각심을 울리는데 일정한 공헌을 했다. 그러나 주총을 앞두고 해외까지 돌면서 위임장 확보경쟁을 벌이는 것은 지나치다. 이렇게 외세까지끌어들여이전투구하는 것이 과연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소비자운동을 철저히 상품화해 정치적 입지를 굳혔던 미국의 랄프 네이더란 시민운동가도 있었다. 정의 공익 대의로 포장된 운동일수록 비판과 대안을 필요로 한다. 소액주주운동의 이해득실을 정확히 가리기 위해 공개적인 토론의 장이 열려야 한다고 본다.

공병호<자유기업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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