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수사회의 시장논리

  • 입력 1999년 3월 1일 20시 04분


교수사회에도 변화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연구업적에 따른 교수 연봉제를 도입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다. 과거 형식적이었던 승진절차도 까다로워져 최근 어느 대학에서는 대상자의 절반이 승진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개혁이 미진했던 교수사회에 서서히 경쟁과 시장논리가 도입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이같은 추세는 국내 대학의 취약한 경쟁력을 높이는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이제 대학도 학문적 생산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경영단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조치’에는 몇가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우선 대학과 기업체는 지향하는 목표나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다른 데도 비슷한 방식으로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다. 물론 대학에도 기업들이 채택해온 방식으로 바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게 있긴 하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 할 것이 적지 않다. 몇개월 만에 써낼 수 있는 논문이 있는가 하면 평생 완성해야 할 과제도 있을 만큼 다양한 것이 학문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목표가 단기간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대학은 연구와 학문전수가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교수들이 학문의 핵심인 창의력과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대학측이 여건 조성에 나서야 한다. 그래서 연봉제가 보편화된 선진국에서는 실력을 공인받은 교수에 한해 ‘종신교수제’의 특전을 부여하고 있다. 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연봉제의 맹점을 보완한 제도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효율성 측면만 강조하고 안정적인 연구환경 조성에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연봉제나 승진심사에서 평가의 객관성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데도 대학들이 합리적인 평가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어느 대학의 경우 연봉제의 책정기준으로 연구실적이외에 방송출연과 신문기고 횟수를 점수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교수들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을지 의문스럽다. 연구논문의 경우 양(量)이 질(質)보다 우선시될 가능성과 평가과정에서 학교측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일부 대학의 개혁조치 가운데는 대외(對外)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다분히 인기전략적인 것도 있다. 요즘 이른바 유명인사들을 너도나도 초빙교수로 임용, 이를 홍보수단으로 최대한 이용하면서 월급조차 주지 않는 대학들도 있다고 한다. 단지 앞서가는 대학이라는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목적이라면 개혁의 본질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 대학의 인기전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문제점들이 보완되지 않으면 교수사회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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