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景氣의 싹을 꺾을 것인가?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4분


봄기운 속에서 경기(景氣)도 기지개를 켠다니 여간 반갑지 않다. 25일 재정경제부와 통계청은 1월중의 산업활동 결과를 발표하면서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작년 1월보다 생산이 14.7% 늘고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2.8% 늘어난 것 등이 근거다. 이런 상황을 잘 다독거려 좀더 완연한 회복세를 굳혔으면 하는 바람이 누군들 간절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 작년엔 1월에 설이 끼어 올해보다 일한 날수가 적었다. 또 작년 1월이야말로 국가부도의 공포가 지속된 경제심리 초(超)위축기였다. 그런 시점과 비교된 다소간의 호전에 큰 의미를 두어선 안된다. 건설투자는 여전히 감소세다. 해외 경기도 불투명하고 세계적 성장둔화가 점쳐진다. 엔화 약세 등 우리의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까지 겹쳐 ‘수출증대가 주도하는 경기회복’에도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를 착실하게 회복시켜 실업문제의 보다 근본적인 해법까지 찾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 할 것인가. 구조조정 작업을 더 확실하게 진전시켜 경쟁력을 높이고 노사관계와 정국의 불안을 걷어내야 한다. 구조조정에 실패하고서는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 경쟁력 제고 없이는 수출을 늘리기 어렵다. 내수에 의존하는 경기회복에는 한계가 있다.

경제 움직임은 심리적 요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국이나 노사관계가 불안하면 시장은 즉각 위축된다. 특히 노사관계 불안은 그 자체가 생산차질 등 당장의 경제손실을 낳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얼어붙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정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민노총이 노사정위 테이블을 완전히 떠나서 산하노조들과 함께 물리적 투쟁에 나설 경우 지난 1년간 아슬아슬하게나마 견지돼온 노사정의 평화는 깨지고 말 것이다. 취약하지만 노사문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노사정위가 와해되고, 곳곳에서 장외투쟁이 벌어지고, 이에 공권력이 개입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엔 타협이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그 사이에 경제는 날개없이 추락할 것이다. 이는 누구를 위한 것이 될까.

민노총은 구조조정과 빅딜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고용보장이 불확실하다고 반발하지만 사(使)측은 사측대로 ‘구조조정을 어렵게 하는 정리해고 제약’과 ‘정치권의 노측 편들기’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해(利害)가 일치하지 않는 한 갈등은 상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머리를 맞대고 타협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만이 파국을 막는 길이다. 정치권도 무책임한 훈수를 자제하고 노사정의 판이 깨지지 않도록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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