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전향장기수와 국군포로

  • 입력 1999년 2월 23일 07시 04분


정부가 25일 석방되는 미전향 장기수들의 북송(北送) 문제를 두고 북한측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들의 북송이 당장 실현될 문제는 아니더라도 다른 현안과 맞물려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이미 93년 이인모(李仁模)씨 북송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정부는 거센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호응을 기대하며 어렵게 이씨를 북으로 보냈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그같은 전철을 밟아서는 절대 안된다.

미전향 장기수와 북한에 남아 있는 국군포로의 교환문제는 97년 귀환한 국군포로 양순용(梁珣容)씨 등의 증언 이후 현안으로 거론됐으나 그동안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양씨 등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는 30명이다. 또 80년대 이후 납북되거나 월북한 사람중 22명이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 기회에 이들 국군 포로 및 납북자들이 북송을 희망하는 미전향 장기수들과 교환될 수만 있다면 크게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사실 이같은 맞교환은 시간을 다투어야 할 문제다. 대상자들의 대부분은 이미 황혼의 나이여서 조속히 해결책을 찾아야 할 형편이다. 양씨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 생존해 있는 국군포로들은 탄광촌이나 정치범 수용소에 억류되어 비참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다른 일도 아닌, 나라를 위해 싸운 그들이다. 억압의 족쇄를 풀어 주는 일은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납북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도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한에 끌려갔다. 인도적인 차원에서도 다시 남(南)에 있는 가족품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문제는 북한이다. 북한은 이인모씨가 북송되자마자 무슨 큰 영웅의 귀환인 것처럼 대내 선전에만 적극 이용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제의한 인도주의 차원의 이산가족 상봉은 철저히 거부해 왔다. 그런 북한이 국군포로 및 납북자들과 미전향 장기수들을 맞교환하자는 우리의 제안에 선뜻 응하고 나올지는 의문이다. 북한도 최근 미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이 ‘북남간 초미의 인권문제’임을 강조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국군포로나 납북자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따라서 미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은 어떻게 하든 국군포로나 납북자와의 맞교환을 그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 아무리 미전향 장기수들의 인권과 자유의사를 존중한다 해도 그같은 맞교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북송의 명분이 없음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북한의 반대급부가 없는 그들의 북송은 남북관계 진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93년 이인모씨 북송의 경우를 교훈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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