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김해식/「KBS개혁」과 수신료 현실화

입력 1999-01-25 19:16수정 2009-09-24 13:08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S의 수신료 현실화 필요성을 놓고 언론이 찬반토론을 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구조개혁과 프로그램 개혁이 완수된 뒤에 추진해야 한다’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아직 때가 아니다’등의 애정어린 충고와 비판이 끊이지 않아 KBS에 쏠린 국민적 관심과 기대를 새삼스레 실감하게 된다.

KBS인들은 구조개혁과 프로그램 개혁이 동반되지 않고서는 수신료 현실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개혁과 수신료 현실화는 선후관계의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현 단계에서 KBS 개혁의 방향은 크게 독립성 및 자율성의 제고, 국가기간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의무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즉 KBS 개혁의 핵심과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개혁과 광고주의 영향력, 그리고 시청률 경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재원구조의 공영화인 것이다.

또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개혁, 효율화와 최적화(最適化)를 위한 구조조정, 프로그램 개혁, 재원구조의 공영화 등은 모두 동시에 추진돼야 할 과제다. 수신료 현실화는 개혁을 완수한 후에 추진할 일이 아니라 그 자체가 개혁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과정인 것이다. 방송개혁위원회에서 KBS의 재원구조와 관련해 수신료 인상과 광고방송 축소 내지 폐지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바탕을 둔 것으로 판단된다.

KBS를 여느 방송사 중의 하나로 취급하거나 일개 공기업으로 취급해서는 KBS의 개혁이 완성될 수 없다. KBS를 국가기간방송으로 정착시키고 그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지워야 하는 것이다. 그 기반이 바로 수신료다.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로 내는 시청료가 아니라 국가기간방송의 운영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온 국민이 부담하는 공적 분담금이다. 사실 국고 수신료 광고수입 등이 모두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긴 마찬가지다. 그동안 KBS 재원의 큰 부분을 차지해온 광고수입도 국민의 부담이다. 관건은 “어떤 형태의 재원이 정부 광고주 시청률 등의 영향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가” “국민의 이익과 필요와 편익을 추구하는 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재원구조가 바람직한가”하는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는 재원구조의 공영화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실시할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 위성 본방송 실시,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등 주요 투자사업에 소요되는 최소 1조8천억원의 비용 확보를 위해서도 시급한 과제이다. 그동안 KBS는 1천5백여명이 회사를 떠나는 뼈아픈 구조조정을 했고 주시청 시간에 ‘문화탐험 오늘의 현장’ 등 27개의 공영성 프로그램 신설하고 프로그램 ‘삼진아웃제’와 시청자에 대한 약속 등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이런 개혁기조는 금년에 한층 강화될 것이다.

요즘 백년대계를 위한 방송개혁 논의가 한창이다. KBS 수신료 현실화는 방송개혁의 수많은 과제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논의의 초점이 수신료에만 너무 집중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KBS가 수신료 현실화 문제를 제기한 것은 KBS의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재원구조의 해결책 없이는 한계에 봉착하고 만다는 절박한 상황에서 국민에게 보내는 SOS이기도 하다.

김해식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