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문회협상 다시 하라

  • 입력 1999년 1월 22일 19시 16분


여당 단독 경제청문회가 오늘로 닷새째다. 야당은 청문회를 외면한 채 장외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여당도 질세라 장외에서 맞불을 놓고 있다. 정상적인 정치는 실종되고 자나깨나 기세싸움뿐이다. 국민은 지겹다 못해 지쳤다. 이대로는 안된다.

여당은 단독청문회를 중단하고 청문회협상을 다시 해야 한다. 그동안 반쪽청문회로 여당이 얻은 것이 무엇인가. 표적을 정해놓고 약점을 캐는 듯한 일방적 청문회는 국민의 짜증만 키우고 관심을 떨어뜨렸다.

어쩌다 새로운 사실이 나와도 설득력이 반감됐다. 이번주 기관보고 청취는 그렇다 치더라도 내주 증인신문마저 단독으로 강행한다면 청문회는 중대한 국면을 맞을 것이다. 내주부터라도 여야 공동 청문회가 돼야 한다. 그러자면 먼저 여당의 결단이 필요하다.

야당의 요구 가운데 청문회계획서 기습처리 사과와 정책청문회 약속은 여당이 수용해야 옳다. 여당의 청문회안건 날치기는 분명히 잘못이다. 정책청문회는 여당도 다짐했던 일이다. 그런 처지에 기습처리를 사과하지도, 정책청문회를 약속하지도 못하겠다는 것은 오만이며 자가당착이다.

여당은 야당을 포용하고 아량을 보여야 한다. 야당한테도 줄 것은 주어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협력하고 정치가 제대로 굴러간다. 정권교체 이후 정치가 끊임없이 삐걱거리는 데는 여당의 포용력 부족도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북한한테도 햇볕을 쪼여주겠다는 정권이 야당한테는 강풍(强風)을 보낸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야당은 여야동수(同數) 특위구성 요구를 철회해야 한다. 야당이 여당이었던 88년에 만든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4조는 국정조사 특위를 교섭단체 의석비율로 구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역대 청문회 특위도 그렇게 구성됐다.

야당이 이번에 동수특위를 고집하는 것은 청문회 불참의 핑계로 비칠 수밖에 없다. 경제파탄의 원인을 규명해야 할 책임은 야당에도 있다. 공동청문회는 여야 총재의 합의다. 야당은 이것을 무시하면 안된다.

여야는 장외활동을 중지하고 모든 문제를 국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야당이 단독소집했지만 지금은 엄연히 임시국회 회기중이다. 그런데도 국회에서는 단독청문회만 열리고 여야는 장외에서 대결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특히 ‘동진(東進)’ 운운하며 한쪽은 경북에서, 다른 쪽은 경남에서 기세를 겨루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것은 영남 민심에 대한 모독이며 나라꼴을 우습게 만드는 작태다.

정치를 하겠다는 집단이라면 눈앞의 이익보다 국가의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여당의 정치력이다. 여당은 정치권 전체의 흐름을 바로잡는 역량을 보여야 한다. 지금같은 협량의 정치로는 여당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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