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퇴직 고위관료 재취업 실태

입력 1999-01-15 19:31수정 2009-09-2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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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고위 공무원들의 재취업이 가장 확실하게 이뤄지는 곳은 역시 경제관련 부처다. 예산을 다루는 탓도 있지만 사회 모든 분야가 ‘경제’와 연관되지 않은 곳이 없어 그만큼 이해관계의 폭이 넓고 관련 기관이나 단체도 많기 때문이다.

그 중 재정경제부는 양과 질 면에서 다른 부처를 압도한다. 93년 1월1일 이후 퇴직한 고위관리 36명 중 34명이 정부투자기관 금융회사에 모두 재취업했다. 올해초 퇴임한 1급 공무원 한 사람은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에 내정됐다.

다른 부처 관계자들은 재경부를 세가지 점에서 부러워한다. 우선 산하기관이 많아 갈 곳이 많고 옮기는 자리가 대부분 고위직이며 이른바 ‘전관예우’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이다.

36명의 재취업 상황을 보면 주택은행장 수출입은행장 성업공사사장 한국투자신탁사장 BC카드사장 예금보험공사사장 산업리스사장 재보험사장 증권감독원부원장 보험감독원부원장 생명보험협회전무 등이다. 이들은 임기가 차면 금융계 내의 다른 요직으로 옮겨다닌다.

재경부의 시각은 1백80도 다르다. 한 현직 관리의 항변이다.

“다른 부처나 민간기업과 비교해볼 때 경제업무와 관련해서 재경부 관료보다 우수한 사람이 드물다. 때문에 금융계에 재경부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1등을 무조건 질시하는 우리 사회의 풍토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재경부 사람들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재취업률 100%를 자랑한다. 퇴직 공무원 14명이 석유개발공사 전기안전공사 에너지관리공사 생산성본부 한전정보네트워크 에너지관리공단 원자력안전기술원의 장(長)이나 대한상공회의소 섬유산업연합회의 임원으로 재취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경우 퇴임 관료 8명 중 3명이 민간기업의 사장이나 이사로 특채됐다. 지난해에는 하도급 국장이 퇴직 후 레미콘협회 부회장으로 가 내부적으로도 말이 많았다. 당사자는 “업무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곳으로 옮겼기 때문에 비난받을 일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차관을 지내다 나가면 고속철도공단이사장, 1급은 교통안전공단이사장이나 공항공단부이사장 건설기술연구원원장으로 옮기는 것이 거의 관행화돼 있다. 국장급의 경우에는 토지공사 공항공단 도로공사 교통안전공단의 임원으로 옮겨가는 것이 통례다.

건교부는 조사기간에 국장급 퇴직자 17명이 화물자동차운송사업조합 주택건설사업협회 건설공제조합 감정평가협회 주택사업자협회 등 관련 단체의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재취업해 내부적으로도 “심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건교부의 한 고위관리는 “이익단체가 사실상 고위관료의 양로원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때로는 낙하산 인사를 위해 이익단체에 압력을 가하는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보건복지부도 재취업의 수준이 퇴직 때의 직위에 맞춰 철저히 지켜지는 편. 1급은 국민연금관리공단 식품위생연구원 등 산하기관이나 단체의 장으로 나간다. 2급은 부이사장이나 부원장, 3급은 그 밑의 이사나 사무총장 자리를 맡는 게 보통이다.

농림부는 근래 들어 재취업의 연공서열이 깨지는 듯한 분위기. 94년 2급 국장이 나갔던 ㈜노량진수산시장 사장을 97년에는 1급 실장이 이어받았다. 3급 국장 출신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2급 출신이 감사로 재취업한 적도 있다.

정보통신부는 정보화 추세와 함께 부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재취업 또한 화려해졌다. 과거에는 체성회 체신공제조합의 장이나 간부로 가던 것이 고작이었으나 최근에는 SK텔레콤 데이콤 한국전산원 등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늘었다.

산하단체 등 유관기관으로 갈 경우 임금은 저마다 다르지만 대개 연봉 5천만∼7천만원으로 퇴직 당시의 보수에 비해 훨씬 많은 편이다. 민간기업의 임원급으로 가면 대개 8천만원 이상의 높은 연봉을 받는 등 산하단체에 비해 보수가 훨씬 많고 다음에 퇴직하는 후배를 위해 자리를 비워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이병기·공종식기자〉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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