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對北브로커 50명 입국

  • 입력 1999년 1월 3일 20시 34분


“북한 땅 사놓으세요. 노다지가 그냥 굴러옵니다.”

국내 부동산 투자자들과 기업들을 상대로 북한 부동산투자를 권유하는 대북 브로커들이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중국 옌볜(延邊) 조선족 자치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김모씨(49)는 최근 옌볜 주정부의 한 관리(조선족)로부터 북한 부동산에 함께 투자하자는 권유를 받았다.

“북한 내부에 끈이 닿아 있는 사람”이라는 설명과 함께 소개받은 이 40대 중반의 관리는 상세한 도면까지 내놓으며 나진선봉 지구에 대규모 상가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자고 제의해 온 것.

투자 비용은 한국돈으로 10억여원. 나진선봉지역의 토지는 국가소유로 50년 임차지만 건물을 일단 지은 뒤 분양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며칠 생각해 보다가 제의를 거절했다. 그 관리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라도 소개해달라”고 졸라 끝내 김씨로부터 몇사람의 연락처를 받아갔다.

북한이나 중국을 상대로 사업하는 사람들은 요즘 이와 비슷한 제의를 숱하게 받는다.

10여년간 대북교역에 종사해 온 권오홍(權五鴻)장한신식주식회사 대표이사는 “정부의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대북교역의 문이 넓어지면서 옌볜이나 미국 등에서 활동했던 대북 브로커 50여명이 최근 한국으로 옮겨왔다”면서 “이중 상당수가 북한 부동산 투자사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부동산 투자자문회사인 코리아랜드의 강영수사장도 “옌볜이나 베이징(北京)에는 한국인을 상대로 나진선봉지구의 상가 등에 투자를 권유하는 중개인이 수없이 많다”고 전하고 “국내 실향민 중에서도 북한 땅에 대해 문의해 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에는 아직 대북 부동산 투자승인 신청서가 접수된 것이 없다. 그러나 제삼국에 유령회사를 세우거나 옌볜의 중개업체에 투자하는 방식을 취하면 통일부 승인을 안 받아도 되므로 이미 대북 부동산투자에 뛰어든 업체나 업자가 여럿 있을 것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이처럼 브로커를 통한 대북 부동산 투자와 달리 정식으로 정부 허가를 받은 대북 부동산 개발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코리아랜드는 묘향산 관광지구에 콘도 호텔 단지를 개발키로 북한 당국과 협의를 마치고 최근 통일부로부터 협력사업 승인을 받았다. 이 회사는 3월중에 평양 고려호텔에 사무소를 설치키로 북한 당국과 계약했다.

전문가들은 정식 투자가 아니고 브로커들에 의한 투자 권유는 사기위험이 크다고 경계한다.

〈이기홍·윤종구기자〉sech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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