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병기/김포 공항청사의 「주인」

  • 입력 1998년 12월 20일 20시 17분


공항 청사의 주인은 누구일까. 김포공항과 프랑스의 샤를 드골공항은 사뭇 대조적이다. 김포공항 청사가 ‘정부’주재 기관 위주로 돌아가는 반면 드골공항 청사는 ‘승객’위주로 운영된다.

현재 김포공항 터미널에 사무실을 갖고 있는 정부기관은 16개. ‘작은 정부청사’가 아닐수 없다. 넓이만도 1만3천5백평에 이른다. 이유는 국가안보 공항경비 수배자검거 범죄정보수집 등등 다양하다. 그러나 정작 일선에서 승객과 화물운송을 맡은 항공사는 공간부족으로 좁은 사무실을 나누어 써야 할 정도다.

드골공항 터미널의 공무원은 세관원, 출입국관리사무소, 대테러요원 등 현장업무 종사자뿐이다.

터미널내 사무실 공간도 우리보다 훨씬 좁게 쓰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공간의 대부분은 항공사와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업무 위주로 충실하게 나누어져 있다. 나머지 정부기관은 터미널에서 자동차로 5분거리의 건물에 있다.

그들은 일이 있을 때에만 터미널에 나온다. 심지어는 세관장실, 의전실 직원사무실, 경찰 사무실마저도 별도의 정부기관 빌딩에 있다.

드골공항은 한마디로 승객위주로 공간을 쓰는 것이다. 또 승객이 이용하는 동선도 최대한 짧게 설계해 터미널에 들어서서 탑승권을 끊고 항공기에 오를 때까지의 거리가 다른 공항에 비해 짧다.

한국공항공단은 최근 김포공항 국제선 1,2터미널에 면세점을 한개씩 늘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좁은 터미널에 면세점이 추가돼 승객들의 휴게공간은 더 줄었다.

앞으로 문을 열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승객위주’로 공간을 배치하는 원칙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이병기<사회부>watch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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