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군사력과 경제력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11분


미국의 정치사학자 폴 케네디는 ‘대국의 흥망성쇠’라는 책에서 경제력이 큰 나라가 결국 군사력에서도 우위에 서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 가설이 들어맞지 않는 것이 남북한 관계다. 식량난에 허덕이면서도 미사일을 쏘는북한의강성대국노선을 굳이 들먹일 필요도없다.우리자체가 문제다. 천문학적 액수인 전력증강 예산을 엉망진창으로 집행하니 국민이 혈세를 바친만큼 방위력이개선될턱이 없다.

▼율곡사업이란 이름을 고쳐 불러야 할 만큼 비리문제로 홍역도 치렀다. 그 방위력개선사업이 계획단계부터 문제라는 불만이 군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다. 무기와 장비의 실제 수요자며 전문가인 일선 군부대의 성능요구서(ROC)가 무시되기 일쑤라는 것이다. ‘서울’의 실력자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성능미달품이나 유사장비를 선호한다. 그것을 개조하는 추가사업에 들어가는 적지 않은 돈이 떡고물을 남기기 때문이라는 의혹이다.

▼긴밀한 안보동맹 관계인 미국에 무기도입선이 지나치게 편중돼 있어서 구매협상이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많았다.그러나인도네시아와맺은 방산물자 상호구매 계약하나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국방예산에 손실을 가져왔다. 또 정비용 부품을 시장가보다 수백배나 더주고 사온 예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이러고도 전력현대화며 정예화가 가능할 리 없다. 말만의 전문성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개선방안이 빈곤한 것도 문제다. 93년 율곡비리특감은 인적 사정으로 끝난 감이 있다. 이번엔 담당자의 개인비리보다도 제도개선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 감사원측 얘기다. 그래도 장성급 몇명은 문책당하는 모양이다. 일벌백계도 재발방지에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제도와 환경개선이 더 근본적 치유책이다. 국민은 세금을 부담한 만큼 안보를 보장받아야 한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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