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이영순/부친상 당한 올케언니께

  • 입력 1998년 12월 3일 19시 35분


언니가 시집온 지도 벌써 10여년이 흘렀네요. 돌이켜 보면 너무 힘들었던 기간이었지요.

엄하고 전통예법만 따지는 시부모, 나이가 찼는데도 시집 장가 가지 않고 있는 시동생들, 때때로 술주정하시는 시아버지, 1년에 열번이 넘는 제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또 아이들의 엄마로서 흐트러짐 없이 완벽하게 자기 역할을 수행했지요. 사실 저도 결혼하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뒤늦게 가정을 꾸려보니 언니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맞벌이 하랴 살림 하랴 조금도 여유를 가져보지 못한 언니. 그런 언니에게 크나큰 슬픔이 전해졌다는 소식을 접하니 저도 눈물이 앞을 가리더군요. 암투병 하시던 친정아버님의 쾌유를 위해 남몰래 기도하고 정성을 쏟았지만 끝내 돌아가셨다는 전갈. 얼마나 가슴이 찢어졌을까 생각하니 저도 가슴이 저립니다.

언니. 친정 부모님 모두 이제는 좋은 세상으로 보내드렸다고 생각하고 용기 잃지 말고 꿋꿋하게 살았으면 해요. 그리고 언니 곁에는 항상 언니를 믿고 사랑하는 시댁 식구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저도 언니처럼 시부모님 봉양 잘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게요. 언니 고맙습니다.

이영순(전남 광양시 광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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