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루머가 멀쩡한 기업 잡는다…구조조정이후 더 횡행

입력 1998-11-26 19:39수정 2009-09-24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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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설(說)’에 애매한 기업들이 ‘죽어나고’ 있다.

툭하면 증시와 시중을 떠돌며 관련 기업들을 초긴장시키는 악성루머가 최근 부쩍 심해졌다. 특정기업을 노골적으로 겨냥, 의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이같은 각종 설때문에 해당 기업에선 경영에 막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재계를 떠다니는 설들이 후일 진실로 판명되는 경우도 물론 적지 않다.

그러나 이보다는 “일반인들이 잘 알고있는 정황에 맞춰 의도적으로 포장된 것이 대부분으로 그룹이나 각종 정부기관 정보담당자들을 거치는 동안 자기에게 유리하게 ‘가공의 사실’이 덧붙여진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럼에도 해당업체들은 공식적으로 반박하고 나설 경우 오히려 긁어부스럼을 만들까봐 어디 하소연도 못한 채 ‘벙어리 냉가슴’을 앓는 실정.

최근 극심한 자금난 소문에 시달리고 있는 A그룹 관계자들은 ‘터키 중장비공장이 부도가 났다는데…’라는 질문공세에 실소를 금치 못했다. 존재하지도 않은 터키공장이 부도날 리 없기 때문.

외환위기 이전에는 경제와 관련된 각종 설들은 ‘신사도’를 지켰다는 게 A그룹 관계자의 평가. 마케팅 차원에서 사실을 왜곡하긴 했지만 자금문제는 ‘금기시’했었다는 설명.

K사 직원들이 촌로(村老)들에게 “데이콤은 외국회사”라고 소문을 내거나 디지털방식의 통신서비스를 시작한 모 통신회사가 SK텔레콤을 빗대 “아날로그 전화가 형편없다”고 주장한 것 등이 이런 사례.

그러나 IMF체제 들어 대마불사(大馬不死)신화가 깨지고 기업 인수합병(M&A)이 일상적인 일이 되면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흑색선전이 더욱 횡행하고 있다.

재계 자율구조조정 대상인 7개 업종의 경우 그룹간 논의과정에서 특정업체에 유리한 미확정 ‘안(案)’들이 꼬리를 물고 유출돼 큰 혼란을 야기한 사례.

LG화학의 경우 최근 1억7천만달러를 받고 독일업체에 카본블랙 사업부를 매각하기 직전 ‘대만업체가 1억달러에 샀다’는 소문이 퍼져 막판협상에 적잖은 진통을 겪었다.

최근 ‘한통프리텔에 인수된다’는 소문으로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은 한솔PCS는 이같은 설에 대한 철저한 해명은 물론 손해배상을 요구할 계획. 영업상 타격과 이미지 훼손 등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한솔측은 추산.

한솔측은 도하의 신문에 해명광고와 함께 현재 인수설을 보도한 두개 신문사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해놓은 상태.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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