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앞으로 1년이 고비

  • 입력 1998년 11월 22일 19시 46분


참으로 고통스러운 1년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수용키로 한 작년 이맘때 이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가까이 떨어졌고 가계소비는 얼어붙었다. 2만여개의 기업이 쓰러지는 과정에서 1백80만명 이상이 눈물을 흘리며 직장을 떠나는 사상초유의 사태도 경험했다. 경제적 고통에 못지않게 마음이 아픈 것은 한강의 기적을 상실한 자존심의 상처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개혁이 활발하게 추진됐지만 그에 따르는 곡절도 많았다.

나름대로의 성과라면 환율과 금리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고 기업구조조정의 밑그림이 대강이나마 그려졌다는 것이다. 경제의 거품이 제거됐고 국민의 경제의식이 바뀐 것도 소득중 하나일 수 있다. 내년 경제에 대한 낙관론이 우세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분위기 반전에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역할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상황의 개선은 외부 여건이 호전된 데 따른 것일 뿐 자체적 노력의 성과는 아니다. 낙관적 전망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지금 경계돼야 할 일이다.

우리에게는 지난 1년보다 앞으로의 1년이 훨씬 더 중요하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경제의 문제점들이 드러났다면 이제부터는 마련된 대안들을 검증하고 실천하는 단계가 남아있다. 경제의 고질덩어리를 잘라내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매우 정교하고 치밀하게 실행되어야 하는 봉합의 과정이다.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구조조정에 소요되는 막대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공급하느냐 하는 문제는 매우 예민한 숙제다. 외자유치도 중요하지만 외자지배하에 들어가지 않는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계량하는 것도 섬세한 검토가 요구되는 사안이다. 정리되는 시설과 인력의 효율적 처리 문제도 남아있다.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어렵고 위험한 과정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예상되는 각종 부작용도 미리미리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부작용이 외환위기에서 파생된 것이라면 앞으로의 부작용은 구조조정에서 비롯될 것이다. 가장 경계해야 할 부작용중 하나가 관치경제의 재현이다. 환란초기에는 정부주도가 필수적이었지만 관치기간이 길면 시장경제는 무너지고 환란은 다시 올 수 있다. 향후 1년의 정책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우리경제의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 1년간의 개혁이 새로운 창조를 위한 파괴의 과정이었다고 여긴다. 고통스러운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팽창경제 과정에서 소홀히 했던 문제들을 구별해 낼 수 있었던 기회였기에 가치가 있다. 우리는 아직 1조달러에 달하는 산업설비를 갖고 있고 우수한 경제인력도 풍족하게 있다. 경제회복에 대한 확신과 인내로 IMF체제 2차연도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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