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조계종 폭력사태

  • 입력 1998년 11월 12일 19시 30분


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싼 종단 내부의 갈등이 끝내 폭력사태로 번져 사회적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 송월주(宋月珠)총무원장의 출마가 3선금지를 규정한 종헌 위반이냐 아니냐를 놓고 지지측과 반대측이 첨예하게 대립, 양측의 격돌로 부상자까지 생긴 것이다. 이유와 명분이 무엇이든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양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조금도 굽힐 뜻이 없이 힘겨루기로 일관하고 있어 극적인 계기가 없는 한 사태는 장기화할 조짐마저 보여 걱정스럽다.

분규의 원인이 되고 있는 ‘3선’ 여부는 조계종 자체의 종헌 종법 해석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삼자로서는 따질 일도 아니고 논평할 필요도 없겠다. 문제는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폭력사용을 비롯해 선거운동과정에서 보인 일부 승려들의 행태가 세속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정도(正道)에서 일탈해 있다는 데 있다. 득표를 위해 거액의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나도는가 하면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 등 세속의 선거풍토를 방불케 한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그러다 마침내 폭력사태에까지 이른 데 대해 뜻있는 불자들이 부끄러워하고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승려가 되려 할 때 삭발하고 염의(染衣)를 입는 뜻은 탐진치의 삼독(三毒)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욕심과 노여워함과 어리석은 행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사문(沙門)이 된 이들이 삼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면 어떻게 중생을 제도하겠다고 나설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욕심으로부터 해방됐다면 총무원장이라는 직위를 놓고 종권다툼을 벌일 이유가 없다. 상대방을 미워해 노여워할 일도 없다. 폭력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일부라고 하지만 스님들이 출가의 본분을 망각하고 세속인과 다름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신도들이 존경하고 따를 수 있겠는가.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라는 국난을 맞아 우리 사회는 고통 속에서 모든 부문의 개혁에 나서고 있다. 종교계도 예외일 수 없으며 승려를 포함한 성직자들은 자기개혁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다. 분규 당사자들은 4년 전 개혁종단을 탄생시킬 때의 정신을 되찾아야 한다. 당시 개혁파 승려들은 종단의 고질인 분규체질을 바꾸고 종단운영의 부조리를 제거하겠다고 약속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폭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분규 당사자들은 종단이 양분되고 혼미상태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대화에 나서야 한다. 원로스님을 비롯해 뜻있는 불자들이 대화의 장을 만들어 대승(大乘)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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