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숙정치, 기대와 우려

동아일보 입력 1998-11-10 19:05수정 2009-09-24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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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단독회담이 어렵게 열렸다.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어졌으나 김대통령 중국방문 전에 이뤄진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이렇게라도 여야 총재회담이 열리지 못했다면 정치경색은 훨씬 길어질 뻔했다. 총재회담으로 정치교착의 장기화를 끊을 계기를 마련한 것은 잘한 일이다.

김대통령과 이총재는 국난극복을 위해 여야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성숙한 정치’를 펴기로 합의했다. 그동안의 미성숙한 정치가 국난극복에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점을 반성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는 여야관계를 새롭게 정립해 성숙정치를 실천해 보여야 한다. 총재회담 합의에 따라 곧 구성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 협의체’는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 협의체가 성숙정치의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기 바란다. 예산안 및 법안의 처리와 경제청문회 등 정기국회 일정도 원만히 진행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지역감정 해소를 위한 공동노력에도 기대를 걸고 싶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성숙정치를 구현하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이번에 여야는 판문점 총격요청 사건, 정치권 사정, 정계개편, 감청과 고문문제를 놓고 총재회담 직전까지 대립했다. 총재회담에서도 견해차이가 드러났듯이 이들 쟁점은 정쟁을 재연시키는 불씨가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야는 더욱 신중하고 책임있는 자세로 이들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정략적 계산을 최대한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충실하면 정쟁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종전처럼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만 몰고가려 해서는 여야 모두가 상처를 입을 뿐이다.

이번 회담 준비과정에서 여야가 보인 자세도 우려를 남겼다. 국민회의는 합의문과 청와대의 위신에 지나치게 집착해 경직됐고, 한나라당은 여야 실무합의를 번번이 뒤집어 의사결정의 난맥을 드러냈다. 여야가 이것을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정치도 나아지기 어렵다. 한나라당은 8·31 전당대회 이후 미뤄온 당내정비를 서두르고 지도력을 재확립해야 한다. 국민회의 또한 상대 정당의 실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판단체제와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성숙정치는 서로를 인정하고 신뢰하는 데서 출발한다. 처음으로 단독대좌한 두 사람이 여야 동반자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하면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당연하다. 이제부터는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합의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도 성의를 갖고 조정해 나가야 한다. 갈등과 불신의 정치는 이제 청산될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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