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부형권/사법권과 인권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3분


‘법원에서 생기는 인권 침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세계인권선언 50주년을 맞아 추진중인 인권법안에 검찰 경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침해를 폭넓게 규정해 구제방법과 절차 등을 마련하면서 ‘법원’만 제외하느냐 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법학자와 시민단체에서는 법원에 의한 인권침해의 위험성도 충분히 있는 만큼 인권법에 반영해야 마땅하다는 논지. 그러나 법원은 사법권 독립에 대한 침해가 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한 변호사는 “법정에서의 모욕과 이유없는 재판 지연, 무성의한 국선변호, 일률적인 구속기간(10일) 연장 등 법원에도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학교수는 “인권의 시각에서 법원은 중요한 관찰대상이다”며 “정권의 압력이나 법관의 법 왜곡 때문에 판결이나 재판절차상에서 빚어진 인권침해도 인권위원회의 검토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반대도 거세다. 법무부 곽무근(郭茂根)인권과장은 “인권침해 여지가 상대적으로 많은 법집행기관만 대상으로 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외국에서도 사법부를 조사대상에 포함시킨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진정 정부의 입장이 ‘인권옹호가 국정의 최우선 가치이고 그 실현은 인권위원회에서 한다’는 것이라면 헌법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반론을 폈다.

그러나 법원도 논쟁이 일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스스로의 ‘책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재야법조에서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에 대한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지는데 왜 10년이 더 걸리는가. 그 기간만큼 법원이 고문피해자의 인권을 외면한 셈 아닌가”라고 말하고 있다.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